[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오는 하반기부터는 관세청의 '재고 면세품 국외 반출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면세점 '보릿고개' 속 나홀로 선방...동대문점 오픈 효과
11일 현대백화점의 실적 잠정공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 1분기 매출 1831억원, 영업손실 1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1569억원)와 비교해 14.4% 증가했으며, 손실 규모는 42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분기보고서는 이달 중순 공개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실적 추이 [서울=뉴스핌] 2020.05.11 hrgu90@newspim.com |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분기 대비 판관비가 감소한 덕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8년 11월 영업을 시작하면서 오픈 초기 광고판촉비 증가로 25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도 신규 면세점 특성상 경쟁사 대비 알선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비용 부담으로 236억원 적자를 냈다. 이번 1분기 줄어든 적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매출 증가는 서울 시내에 추가로 오픈한 동대문점의 영향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두타면세점의 면세사업권을 인수하고 2월20일 동대문점 영업을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 초기 동대문점의 일평균 매출(30억원)은 무역센터점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소 축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3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매출 규모는 약 40%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신세계디에프 등 '빅4' 면세점 중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실적 방어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호텔신라의 경우 1분기 면세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분기 공시를 하지 않는 호텔롯데와 신세계디에프도 매출 감소 폭이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항면세점 운영으로 인한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 탓이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영업환경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진행이 이뤄지고 있고, 향후 면세사업장 추가 오픈에 따른 상품경쟁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세청, 6개월간 규제 완화...면세품 '수출'로 재고 소진하나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이다. 하지만 이는 2018년 오픈 당시에 잡은 목표액으로 실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7931억원으로 당초 목표치에 도달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작년 대비 2000억여원 줄어든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은 코로나19로 인한 면세업계의 경영애로를 수렴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최대 6개월간 면세품 재고를 일반 유통 경로를 통해 팔 수 있게 허용했다. 이번 조치로 면세점들은 과다 보유하고 있는 6개월 이상의 재고의 약 20%를 소진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약 16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빅3' 면세점만큼의 재고 소진 효과를 볼 수는 없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지난해 기준 재고자산은 1197억원으로 호텔롯데(1조731억원), 호텔신라(7209억원), 신세계디에프(6369억원)과 비교해 현저하게 적은 수준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 자체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어 판매처 확보가 쉬울 수는 있어도 6개월 이상된 재고 자체가 적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오히려 면세품 제3자 반송으로 인한 재고 소진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본래 면세점이 해외 업체로부터 구입한 3개월 수준의 최근 재고를 해소하려면 해당 업체에 반송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관세청은 이 제한을 완화해 6개월간 해외 모든 업체로 재고 면세품을 반송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는 사실상 '면세품 수출'로 수출 제도에 맞는 형식만 갖추면 된다.
관세청은 지난달 고지한 내용 외에 더 이상의 제도 발표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완화 속도가 빠르면 6개월보다 앞당겨 한시적 완화를 정상화할 순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재고품 판매처 등과 관련해 관여를 하지 않을 것이고 이제는 업계 실무선상에서 세부 지침을 만들고 있는 단계"라며 "면세품 최초 매입가 대비 할인율은 업계에서 관세청 산하기관과 상의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3자 반송은 해외 브랜드 업체가 수출을 제한할 시 해당 면세점이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에 제품을 공급해온 해외 업체가 해외 시장에 재고가 풀리는 데 부정적일 경우엔 계약상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면세점을 막을 수 있다"며 "내부 계약상 문제라서 사실상 재고 소진 효과를 못 누리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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