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자산관리(WM) 부문이 위협받고 있다. 파생결합상품(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고객 신뢰를 잃은데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 마저 크게 증가했기 때문. 주요 은행의 1분기 WM 수수료는 전년 대비 상당 규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의 WM 부문 수수료 이익은 3600억원 규모로 전년(3880억원) 대비 7% 감소했다. 전년 대비 13.7% 증가한 KB국민은행(1330억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수료 이익이 크게 줄었다.
은행의 WM 부문 수수료 이익은 수익증권(펀드), 방카슈랑스, 신탁 보수 등이 포함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며 주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날로 축소되는 탓에 은행의 장기 먹거리로 평가된다.
은행들의 WM 수수료 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펀드 판매' 수수료 이익이 뚜렷하게 감소한 탓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DLF 사태 등으로 고객들의 신뢰가 크게 하락한데다 금융당국이 판매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크다.
특히 DLF 사태 여파로 사모펀드 신규 판매가 중단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WM 수수료 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두 은행은 지난 3월부터 오는 9월까지 DLF 사태에 따른 징계로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실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1분기 WM 수수료 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4.4%, 18.2%씩 감소했다. 신한은행(5.7% 감소)과 국민은행(13.7% 증가)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뚜렷하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DLF, 라임 사태 이후 은행 자산관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고객들이 상당히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비이자이익 확대가 핵심 가치로 평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WM 부문 수수료 이익 감소는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WM 부문의 위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며 고객들이 WM센터 발길을 끊은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면접촉이 필수였던 자산관리 영역에 변화를 주고 고객층을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WM서비스 '목돈마련 서비스'를 새롭게 개편하는 등 언택트 WM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목표 만기일에 가까워질수록 안정적인 단기채권 비중을 확대하는 등 채권형 펀드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포트폴리오 변액 자동이체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한 것. 장·단기 채권 자동 리밸런싱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추구와 함게 고객의 자산관리 편의성을 높였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위한 화상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NH올백자문센터'의 자산관리 화상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인 자산관리 상담을 제공한다. 고객은 세무, 부동산, 재무설계, 은퇴설계 등 분야별 전문가를 최대 3명까지 동시에 골라 자산관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자산가 위주로 이뤄졌던 자산관리 서비스 영역을 확대한 은행도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언택트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펀드상품 최저 가입금액을 1만원으로 낮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웰쓰케어(Wealth Care)' 세미나 역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 WM 부문은 은행들의 미래 핵심 먹거리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일련의 사건들로 고객 신뢰를 다소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서비스 등으로 이를 회복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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