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김사헌 기자 = 코로나19(COVID-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심화가 세계경제 회복에 '중대한 위험(major risk)'이 될 수 있으며, 앞서 미·중 무역전쟁 보다 더 심각한 '신냉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 앞에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 광고물이 서 있다.2020.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4일 자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자"고 제안했는데,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미칫 짓"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좋은 관계라며 개인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피해왔지만, 이제는 "시 주석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고 공언할 지경에 이르었다.
◆ "더 심각한 미중 무역전쟁 발발 위험"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1차 무역합의가 사실상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양국이 갈수록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미중 무역 전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 지 보도에 따르면, 뉴스레터 '시노시즘(Sinocism)'의 중국분석가 빌 비숍 씨는 "지금 보는 현상은 보다 강경파적인 미국 국가안보 흐름이 국내정치 흐름과 융합되어 중국과의 무역 협정을 유지하는 것보다 날려버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위험한 허세(dangerous bravado)"라고 표현했다.
데이비드 소쿨스키 컨센트레이티드 리더스 펀드(Concentrated Leaders Fund)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 대담에서 "오랜 봉쇄 조치 이후 경제가 재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 회복 시도가 좌절될 수 있다"며 "이는 중대한 위험"라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정점이 지나감에 따라 "정치인들은 누군가를 지목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비난하고 싶어할 것이고 그 비난의 분명한 대상은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놓고 미국과 영국 등 유럽, 호주까지 중국을 조사해야 한다는 세계 정상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중국이 유행 초기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했고 호주산 보리에 80%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호주가 중국에 대한 조사와 보상을 요구하자 나온 소식으로 중국은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소쿨스키 CEO는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무역전쟁이 매우 빠르게 재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재적으로 작년보다 훨씬 더 나쁜 규모로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며 다시금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앞서 그가 '잃어버린 돈'이라고 부르던 "중국으로부터 연간 수입액 추정치 50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는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제기했고 중국 화웨이 등을 겨냥,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안보에 위험을 가하는 기업들이 제조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년 5월까지로 1년 연장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재발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실상 신냉전 시대로 역풍 분다"
이날 워싱턴포스트 지는 '미중 냉전이 이미 진행 중인가?' 제하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나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그렇지만 조 바이든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측도 좀더 공격적인 반중 노선을 취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면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당국자들은 새로운 냉전 사태는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지적학적인 역풍이 그런 쪽으로 불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가 최고 지도자들에게 제공한 내부 보고서는 최근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레토릭에 의해서 강화된 중국에 대한 세계의 적대감이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악의 수준에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이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약화하는데 혈안이 돼 있고 중국을 경제적이면서 안보상의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환기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해당 보고서가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야망의 위험을 강조한 1946년 워싱턴 주재 소련대사의 '노비코프 텔레그램(Novikov Telegram)'의 중국판이라고 전했다. 이것은 역시 소련과 서방의 평화공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미국 외교관 조지 케넌의 '롱 텔레그램(Long Telegram)' 보고서에 대한 대응이었고, 이 두 가지 외교문서가 바로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 관계를 기초했다.
WP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도 이러한 냉전 직전 상황과 유사한 흐름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 백악관 교역 담당관이었던 클리트 윌렘스 씨가 CNBC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만 사실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미중관계연구소의 오르빌 셀 씨는 "본질적으로 냉전의 개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