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 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의 운영자 손정우(24) 씨가 혐의에 대해 유죄 입증이 안 됐다며 미국 송환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찰은 미국 연방 검사가 보내온 자료 등으로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손 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손 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의 아버지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5.19 pangbin@newspim.com |
손 씨 측 변호인은 우선 범죄인 인도법상 절대적 사유 측면에서 미국 송환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도 거절 사유로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 △절대적 사유 △임의적 사유 3가지가 규정돼 있다.
손 씨 측은 "(인도 거절에 대한 절대적 사유에 관한) 제7조 3호에 따르면 인도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될 만한 상당성이 없을 경우 범죄인을 인도할 수 없다"며 증거 부족 등 무죄 취지로 그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사이트에서 보내온 자금은 세탁 목적이 아닌 코인을 사고파는 등 재투자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검찰도 수사 당시 몰수·추징을 위해 범죄수익을 모두 추적했고 별도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미국 연방 검사가 보내온 선서 진술서와 기소 자료 등 증거들에 의하면 범죄자의 자금 은닉 방법 등 수법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며 "범죄사실이 소명됐다고 보여진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다크웹을 이용해 추적이 불가능한 방법을 이용한 범죄 속성 자체가 은닉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기소하지 않았다고 범죄 증명이 없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고 비판했다.
손 씨 측은 임의적 인도 거절 사유 측면에서도 검찰의 범죄인 인도 청구는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대한민국의 국민임과 동시에 범죄가 행해진 영역도 국내이며 대한민국 내에 범죄 관련 처벌조항이 마련돼 있다"며 "그런데도 이에 대한 판단을 다른 나라에 넘기는 것은 스스로 사법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오늘날 범죄는 암호화폐 등 익명성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국경을 넘어 범해지고 있다"며 "이런 범죄가 악용될 경우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그 나라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서버가 국내에 있다고 해도 실질적 범죄는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범죄는 국제공조가 필요하고, 그 심각성을 인정한 각 나라들이 범죄인 인도 협약 절차를 통해 그 나라의 사법 주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심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불출석한 손 씨를 불러 본인의 입장을 직접 들어볼 계획이다.
또 법원은 다음 심사에서 △범죄수익 관련 범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 △당시 검찰 조사 내용 △손 씨 아버지 고발 사건 기소 계획 등을 추가 검토 후 심문을 종결할 예정이다.
손 씨는 미성년자였던 2015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W2V를 다크웹 기반으로 운영하면서 아동 성 착취물 22만건을 유통해 415비트코인(당시 약 4억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동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영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018년 국제 공조를 통해 손 씨와 이용자 223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손 씨는 지난달 27일 출소 예정이었지만 인도구속영장 발부로 석방되지 못했다.
앞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법무부가 손 씨의 혐의 중 국내 법원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현행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법원은 인도심사청구일 2개월 내인 오는 6월 28일 이전까지 인도 심사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손 씨의 다음 심문기일은 6월 16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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