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결정을 유보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계획은 없으며, 외부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내 불거진 제명론에 대해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 관련 논란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민주당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서 요청한 외부 회계감사와 행안부 등 해당기관의 감사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광주=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05.18 leehs@newspim.com |
윤 당선인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이 확대되면서 당초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의 거취 문제까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사실상 윤 당선인 손절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일단 정의연에 대한 외부 실태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 양상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와 만나 "대부분 윤 당선인이 부정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언론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당사자 이야기를 잘 들어보자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설 최고위원은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봐야 진상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말을 아끼면서, 제명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앞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린 양정숙 당선인을 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도 당내 진상조사를 거쳐 윤리심판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제명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양 당선인은 개인 재산에 관한 문제였고, 윤 당선인 사안은 정의연이라는 시민단체 활동과 관련된 문제"라며 "사안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당선인에게 정의연 부실회계 책임이 있다고 해서, 정의연 자금을 빼돌렸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 않냐"며 "윤 당선인이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제명을 논의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무슨 수단으로 당이 정의연을 조사할 수 있겠냐"며 "정부부처나 외부회계감시가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묻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리심판위 회부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없다"고 일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어쨌든 국민이 선출한 분 아니냐. 저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당이 정의연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지는 않지 않냐. 그런데 감독의 권한이 있는 기관들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4.20 kilroy023@newspim.com |
그러나 당이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윤 당선인 의혹에 대해서 심각하게 보는 국민이 많다"며 "이러한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해 이에 따른 적합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개인계좌로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즉시 거래 내역을 공개하고 사용 내역을 검증해야 한다"면서 "기부금 내역이 국민들의 관심 사안이 된 만큼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진상 규명을 위한 윤 당선인의 성실한 협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핑계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정의연을 조사할 수는 없지만, 윤 당선인을 조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나. 최소한 개인계좌 거래내역은 분명히 소명하도록 해야 한다"며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진상을 밝히려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지도부 임기 말미에 비례대표 당선인 두 명을 연달아 제명하는 것은 당에도 부담"이라며 "윤 당선인 개인의 부정 의혹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올 때까지 결단을 미루지 않겠나. 끝까지 (윤 당선인을) 안고 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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