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중국이 홍콩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안전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코로나19(COVID-19) 책임론을 둘러싸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미중의 '신 냉전' 기류가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 결의안을 22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출, 이를 표결 처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홍콩에 도입하려는 국가안전법은 중앙 정부에 대한 반역, 전복, 국가기밀 누설, 선동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WP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홍콩 의회를 통해 국가안전법을 제정하려고 했으나 야권과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자 홍콩을 우회, 베이징의 전인대에서 직접 입법을 추진키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23년간 글로벌 금융 허브인 홍콩에 자치권을 부여해온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체제를 '다시 쓰려는' 대담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홍콩의 반중 시위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신들은 베이징 당국이 홍콩 국가안전법을 제정을 강행할 경우 홍콩 야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도 거센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장예쑤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도 이날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2020년 경제발전계획 등 9개의 의안이 논의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률 제정에 관한 의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은 중국에서 분리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한 뒤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시간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중국 정부의 독자적인 홍콩 국가안전법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무부는 "국가안전법 입법 추진은 중국의 약속과 의무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홍콩 시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입법 추진은 정세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가 홍콩에 있는 미국 언론인들의 업무에 간섭하겠다고 위협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며,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결정도 홍콩 지위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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