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지연되면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도 늘어날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2조원 이상 기안기금이 투입되면서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정부의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사기로 했으나 아시아나항공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인수를 미루고 있다. 인수가 무산되면 기안기금 지원이 늘어나고, 그 중 일부는 정부 지분으로 전환돼 아시아나항공 국유화가 시작된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지난 20일 정부는 6월 중으로 항공·해운사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안기금은 대출, 보증, 출자전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되는데, 지원총액의 10~20%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지원금액의 최대 20%까지 기금의 지분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결국 현산의 움직임에 따라 기안기금 투입 규모가 달라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정도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안기금 외에도 P-CBO나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있지만, 아시아나항공 지원 핵심은 기안기금이 될 수밖에 없다.
현산이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재개한다면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인수 지원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전환 등을 '당근'으로 제시했으나, 인수가 지연되면서 출자전환 검토도 중단한 상황이다. 줄자전환이 이뤄지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약 30%를 가져가게 된다.
인수가 더 지연되면 1조~1조5000억원의 기안기금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약 2조5000억원인데, 지난달 산은과 수은이 추가로 대출한 1조7000억원을 빼더라도 약 8000억원이 부족하다. 여기에 매달 적자가 나는 상황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만약 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기안기금 지원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기안기금 운용방안은 '불가피한 경우 기존 차입금도 자금지원 규모에 포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기안기금 시행 전까지는 국책은행이 지원해 줄 것"이라고 말한 뒤 산은과 수은이 1조7000억원을 대출해 준 만큼, 이 부분도 기안기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영구채 5000억원도 기안기금이 대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필요한 자금만 1조~1조5000억원 정도고, 영구채 5000억원이나 기존 대출 일부까지 기안기금으로 전환한다면 기안기금 지원 규모는 2조원+알파가 된다"며 "40조 기안기금을 마련해 놓고 정부가 지원 대상을 중견이상 항공·해운사로 좁혀놓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기안기금이 2조원 투입될 경우, 최대 4000억원(기금의 20%)이 기금(정부) 지분으로 전환된다. 또한 인수가 무산되면서 기안기금 규모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지난 4월말, 산업은행은 5000억원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해당 지분율을 약 30%로 산정한 바 있다.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무산된다면 당국이 기안기금을 투입하되 제2의 인수자를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안기금은 조달 금리가 낮은 만큼 대출금리도 낮게 설정해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당국은 고용유지와 함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새로운 인수자를 위해서라도 강력한 지원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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