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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인터뷰] '3포 청년' 장경태 "나 같은 사람 없는 사회 만들 것"

기사등록 : 2020-05-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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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정당 생활 만에... 이혜훈 꺾고 '동대문을' 당선
"청년주거·사회안전망 관심... 사회 평등 기회 중요"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창업을 했어도 두 번은 망하고, 돈을 엄청 벌었겠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서울 동대문을)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83년생인 장 당선인은 2006년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현재 직책인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기까지 당 생활만 15년 차다.

처음부터 국회의원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가난에 치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각했다. "최소한 나처럼 힘든 사람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국가가 교육권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의 시발점이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21 kilroy023@newspim.com

현실 정치는 녹록치 않았다. 정치에 참여할수록 삶은 궁핍해졌다. 가장 먼저 안정된 정규직 삶을 포기했다. 그럴싸한 당직 뒤에도 월급봉투는 없었다. 강연과 방송 출연료가 생명줄이었다. 연애도 쉽지 않다. 30대 후반인 장 당선인의 자산은 약 1천만 정도다.

21대 총선은 '마지막 승부처'였다. 불안한 미래를 더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모교인 서울시립대와 20대 청춘이 서린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했다. 당 내에서는 3선 정무위원장이 버티고 있었고, 미래통합당은 인지도 있는 3선 이혜훈 의원을 전략 공천했다.

결과적으로 정공법이 통했다. 장 당선인은 "아직 결혼도 못했고 더 이상 백수로 지내긴 어려웠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후회 없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입인재들과 달리 일반 공모로 경선을 치르고 당선된 몇 안 되는 청년 후보였다

정치권에 '장경태 케이스'는 흔치 않다. 이상을 내려놓고 기업에 취직한 선배 정치인이 적지 않다. 장 당선인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와 정당이 트레이닝 비용 등 생활 유지비용을 최저임금 정도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분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다면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가장 좋은 국회는 국민을 닮은 국회이다.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야 하고 청년은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 당선인에게는 청년 주거 문제 해결과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중점 과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21 kilroy023@newspim.com

다음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첫 경험한 지역구 정치는 어땠나.
▲지역의 높은 기득권 장벽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중앙 정치가 가치와 명분의 대립이라면, 지역은 이익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많았다. 좀 더 힘들었다. 중앙에서 청년은 비주류지만 지역에서 청년이 주변인화 돼있다.

-당선인은 국회의원 후보였다. 주변인화라는 개념이 잘 와 닿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관변단체를 보면 2030의 존재 자체가 거의 없다. 임원은 고사하고 회원 자체도 없다. 지역에서 청년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경선을 치르고 민주당 후보가 되고 나서야 지역 조직과 지지자들이 결합된다. 일개 청년 후보일 때는 혈혈단신이었다. (대학생위원장인) 전용기 당선자에게는 "20대 국회의원이 필요하니 비례대표로 가라, 나는 멋지게 지역구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후회했다(웃음). 엄청 고생했다.

-그래도 21대 국회에선 당 내에 2030세대가 늘었다.
▲저번에는 김해영 최고위원 한 명이었고, 지역구도 험지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수도권 주요 지역에 전략공천을 많이 했다.

-어려운 지역에 지원했다.
▲사실 동대문을은 서울시립대를 나왔기에 간 것이다. 동대문에서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했고 지역 대학을 나왔기에 명분이 됐다. 처음에는 어디든 보내주면 좋겠다 했는데 안 보내주더라. 그래서 일반 공모 때 신청해서 후보자 교육을 받고 검증위를 통과하고 공관위 면접도 봤다. 동대문을은 청와대 출신도 안 가던 곳이다. 3선의 정무위원장 힘이 엄청났고 인지도와 지지도를 갖고 있던 곳이다.

-그런데 왜 그런 곳에 지원했던 것인가.
▲갈 데가 없었다. 정공법을 택했다. 가장 정치적 명분이 있는 곳으로 가자. 고향인 순천 아니면 동대문이었다. 가장 힘든 순간, 그리고 가장 고민될 때는 정석대로 가는 게 맞다. 나중에 실패하더라도 후회 없고 미련이 없는 곳이어야 했다.

-당내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희망 모델'이 됐다.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사회 어떤 분야에서든 10년 정도 해야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정치 영역도 최소한 올곧게 10년 정도 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도 조금만 일찍 시작하면 충분히 30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10년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다면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가장 좋은 국회는 국민을 닮은 국회이다. 새로운 시각과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청년도 그 중 한 부류이다. 정당 경력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
물론 정당 활동을 권하는 이유도 있다. 정치인으로서 소양을 갖추고 검증 과정을 거친다. 정치는 권력 직업이 아니라 서비스 직업이다. 민원을 듣고 부탁을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소통과 의사 결정을 배우는 것이다. 정치는 절대 혼자 실력으로 할 수 없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훈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당에서 활동하며 검증 받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 정치도 정당 경험이 중요하다고 보는 건가.
▲권유는 하지만 경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년들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을 만들면 안 된다. 인재 육성도 중요하고 인재 영입도 중요하다. 결국 조화를 이뤄야 한다. 끊임없이 메기 효과로 자체 정화해야 한다. 당에 있지 않았다고 배제한다면 우리도 또 다른 기득권, 고인물이 된다. 내부에서도 영입되는 인재들과 계속 경쟁해야 한다.

-대학생 때부터 정치권에 몸담으며 포기한 것도 있을 텐데.
▲일단 편안한 삶을 포기했다. 정규직의 안정된 삶은 없다.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다. 학습지 교사 때 월급은 80만원~120만원 사이였고, 논술 강사 등으로 전전했다. 당에 있을 때도 프로젝트나 방송 출연, 강의 등으로 돈을 벌지 청년위원장에게 월급을 주진 않는다. 엄청나게 검소하게 살았다. 청년 정치를 하려면 자발적인 3포세대가 돼야 한다. 편안한 삶과 누리고 싶은 것들을 다 포기해야 했다. 자기관리도 엄청 철저해야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바쁘기도 하지만 사실 정치인을 좋아하는 여자도 없다. 재산신고로 1000만원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소개팅도 끊겼다(웃음).

-우스갯소리로 청년들은 백수여야 정치한다고 한다. 진입장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할까.
▲현재로선 청년 정치를 하라는 말이 청년 백수를 하라는 말인데 어떻게 권유할 수 있겠나. 결국 인재육성시스템이다. 국가와 정당이 일정한 금액과 트레이닝 비용을 급여 형태로 지원하면서 육성해야 한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자기 생각과 주체의식을 기를 수 있도록 일정한 활동비를 보조하고 지원 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편안한 삶은 어렵겠지만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얼마 정도가 필요한가.
▲최저시급 정도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청년위원장이라지만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고 1년 간 무엇을 먹고 살았겠는가. 그럼에도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꿋꿋하고 밝고 지냈다. 당에서 성장해서 꼭 인재육성 1호가 되겠다는 결심이었다.

-경제력 없이도 버틸 수 있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나.
▲거창하게 나라를 바꾸겠다는 생각까진 아니었다. 최소한 나처럼 힘든 사람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하루 3시간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는 8시간을 했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취미 삼아 대학 수업을 가는 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국가가 교육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20대를 햇빛을 보며 산 적이 없다. 늘 반지하, 고시원이었다. 지금은 친구와 함께 원룸에 살지만 햇빛을 볼 수 있기에 굉장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했던 대학생 시절 경험이 정치를 시작한 계기였나.
▲경제활동을 하고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 실직 상태에 놓이면 실업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자산도 없고 취업도 못한 청년이 사회에서 출발할 때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던지 알바 밖에 없다. 그 때 괴리감이 너무 컸다. 월세도 내야하고 학원비 낼 돈도 없다. 취업 준비도 사실 어려웠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사실 정치권에서 들인 의지와 노력이면 어느 분야에 도전했어도 잘됐을 텐데.
▲총학생회 후배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형처럼 10여년 정도 정당 활동을 하는 노력이었으면 창업을 해도 2번 정도 망하고 돈도 엄청 벌었을 거라고 한다. 차라리 창업을 했으면 훨씬 더 성공하지 않았을까 얘기했다. 그나마 국회의원이 됐으니 추억이라 회상한다. 사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떨어졌다면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었다.

-아직 젊지 않은가.
▲38살에 꿈꾸는 삶이 있다. 대단하지 않고 평범한 삶이다. 한 20평대 임대주택에서 아내와 아이 한 명 있으면 된다. 엑센트를 몰아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꿈을 꿨다. 그런데 그런 삶이 불가능했다. 사실 결혼도 못했고 더 이상 당에서 백수로 지내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소위 말하는 청년정치를 포기하고 국회 보좌진으로 지원한다든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해서 된 것일 수도 있다. 동대문을 지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후회 없는 도전을 하고 싶어 선택했다. 센 지역이라고 가지 않았다면 정치를 포기하고 뒤돌아볼 때 후회할 것 같았다.

-민병두 의원의 컷오프(공천배제)도 고려된 것 아닌가.
▲물론 정치적 결단은 있었다. 만약 컷오프 된다면 기회가 있다는 고려는 있었다. 하지만 민 의원이 완주하면 제가 컷오프될 수도 있다. 기회가 없다는 각오도 하고 왔다.

-가장 큰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청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주거·보육·부채·창업 등 해결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하고 진입 장벽을 높은 것이 주거문제다. 주거 문제는 모 아니면 도다. 임대료 5000만원을 구하지 못하면 아예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아니면 월급을 온전히 주거비 지출로 쓰게 된다.

-민주당 청년정치인들끼리 모임을 만들었는데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각각 커리어가 있는 분들이다. 사법개혁부터 검찰개혁, 환경, 사회 안전 분야 등을 얘기할 수 있다. 저는 사회안전망을 중시한다. 사회 평등 기회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기회는 사회출발 자산 지급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수당 등을 참고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고 싶은 법안이 있다면.
▲택배산업법이다. 택배 서비스는 온 국민이 이용한다. 버스는 준공영제를 시행하지만 택배는 민간영역에 맡겨진다. 택배 기사들의 처우와 근로조건개선 등을 보장하고, 택배를 수령하는 여성과 장애인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화 해야 한다. 또 택배 산업은 포스트코로나시대 비대면 산업으로서 더욱 중요하다. 기성세대가 챙기지 못했던 사각 지대인 것 같다.

-향후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
▲가장 국민을 닮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지만 꿈까지 가난하진 말자', '평범하지만 희망까진 평범하진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평등 사다리를 놔야한다고 얘기했다. 국회의원이 됐다고 신분이 바뀐 것이 아니다. 다른 분들께도 국회의원이 성공한 스펙 중 하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회의원이 되면 위치 이동을 하며, 서비스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을 뿐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21 kilroy023@newspim.com

zuni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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