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어둡고 긴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LCD 판가 낙폭이 커지면서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자와 생산 지연, LCD 사업 철수에 따른 구조조정 우려에 더해 실적 부담마저 가중되는 형국이다.
◆ 5월 TV용 LCD 가격 낙폭 확대…실적 부담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TV용 LCD 패널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집계에서 5월 LCD TV용 패널 가격은 전월 대비 32인치가 8.3%, 43인치가 8.0%, 55인치가 4.5% 떨어졌다. 이는 올 4월 패널 가격 하락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지난달 패널 가격 하락률은 32인치 5.3%, 43인치 2.6%, 55인치 1.8%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5월 가격 하락률이 예상보다 큰데, 공급 물량 증가와 수요 부진이 생각보다 더 커보인다"며 "2분기 글로벌 TV시장은 전년 대비 19% 감소할 전망이다. 예상보다 큰 LCD 패널 가격 하락은 LCD 디스플레이 업체 실적에 추가적인 실적 하향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시장에서 정부 재난 지원금 지급 후 한때 대형 중심으로 TV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실업률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 스포츠 이벤트 공백 등으로 TV 수요가 올 2분기에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판가 상승 국면에 있던 지난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 했다.
2020년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3619억 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174.1%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다. 그나마 LCD 판가가 오르면서 직전분기보단 적자폭이 14% 가량 개선된 데 만족해야 했다. 올 1분기 매출은 4조7242억 원으로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 29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손실 규모를 48% 줄였으나 역시 적자를 피할 순 없었다. 매출은 8% 증가한 6조5900억 원이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18% 줄었고, 영업이익은 5100억 원 줄면서 적자 전환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최근 TV 수요가 굉장히 안 좋은데,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니 뻔한 거다"면서 "판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지금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 구조조정에 생산·투자 차질도…터널 끝 언제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사업 철수 결정에 따라 해당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3월 차세대 디스플레이 '퀀텀닷(QD)'으로의 사업 전환을 위해 올해까지만 대형 LCD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8세대 LCD 라인은 단계별로 QD 라인으로 전환하고 담당 직원들은 중소형과 QD 부문으로 전환배치키로 하고, 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또는 사업부 이동을 추진 중이다.
삼성보다 먼저 국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한 LG디스플레이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측은 "TV 쪽 사람들을 IT 쪽으로 전환배치하고 있다"면서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노트북, 모니터, 태블릿 등의 수요가 좋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적 개선은 물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생산 및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LG디스플레이로선 코로나19 여파로 늦어진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의 양산 시기를 앞당기는 게 급선무다.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당시만 해도 올 2분기에는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최근 들어선 3분기 이후로 늦춰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광저우 OLED 공장 가동 시기가 늦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는 당초 목표로 한 OLED 생산량 600만 대 달성이 어렵게 됐다. OLED 시장 수요 위축을 감안, 목표치도 하향 조정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에 입국 예외 허가를 받아 인력을 투입,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탕정 2단지 기반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투자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부지 조성 작업에 돌입한 아산 2단지는 모바일용 OLED, QD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8년에도 시황 때문에 공사를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 원 규모의 QD 디스플레이 투자 등은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생산도, 투자도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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