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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파장] 이슈진단② 중국 VS 홍콩 팽팽한 대립, 주요 쟁점별 입장차

기사등록 : 2020-05-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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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안법 제정은 내정, 외부 간섭 거부'
홍콩 전문가, 보안법 위헌 가능성 제기

[서울=뉴스핌] 이동현기자=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을 둘러싼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한 반면, 반대 측에선 일국양제 (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 보안법'은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하겠다는 내용으로, 당장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보안법 제정으로 탄압 대상이 될 것이 유력시된다. 일각에선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시 중국이 보장했던 '일국양제 시스템'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무역·투자 등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갈등의 진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각국의 상반된 입장과 주요 내용을 짚어본다.

◆ 보안법 '필요성', 중국 "국가안보 수호" 홍콩 "일국양제 파괴" 

 '홍콩 보안법' 초안 전문을 보면 이 법안 수립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안전의 수호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발생하는 민주화 관련 각종 시위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간주, 이러한 행위를 저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보안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홍콩 사회와 법조계는 '홍콩 보안법'이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에 대한 사법 통치력을 강화하고, 일국양제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중국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2일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일방적인 보안법 제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 민주적 제도,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장은 홍콩 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비판을 중국 내정 간섭으로 단정했다. 그는 24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6월 홍콩의 송환법 반대 사위 이후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의 폭력 수위가 올라가고 있고, 외부 세력의 홍콩 내정 간섭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국가 안보와 홍콩의 번영 및 일국양제 제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그러면서 국가 안보법 제정은 중앙 정부의 권한이고, 홍콩 기본법 23조가 부여한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입법 권한에 의거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른 우려에 대해선 왕이 부장은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소수 계층을 겨냥한 것으로 홍콩이 누린 고도의 자치제도 및 홍콩 주민의 자유와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안법 '적법성', 중국 "기본법 23조 근거" 홍콩 "기본법 위배"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25 mj72284@newspim.com

홍콩 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무위원인 한정(韓正) 부총리는 지난 23일 홍콩 정협 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홍콩 기본법 23조에 의거해 중앙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수 있고, 국가 보안법 공백에 따른 법적 허점을 메우기 위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또 이 자리에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보안 관련 법률을 마련한 상태로 홍콩도 보안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홍콩 보안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홍콩의 정협 위원은 "보안법 초안에 따르면, 홍콩에 중앙 정부의 국가 안보 관련 기관이 홍콩에 설립될 수 있고,다만 홍콩의 사법 기관과 어떻게 업무를 배분할 지는 미정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천원민(陳文敏) 홍콩대 법대 교수는 전인대의 보안법 제정 과정이 홍콩 기본법에 상충된 위헌 가능성을 제시했다.

천 교수는 '기본법 23조에 따르면, 국가 안보에 관련된 법안은 홍콩이 독자적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라며 이는 홍콩 특별행정구의 입법 전통과 절차를 준수하는 동시에 안보가 가진 민감성을 반영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가 입법이 가능하다면, 홍콩의 독립적인 입법 기관은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반문했다.

국가 안보 기관의 홍콩 설립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천 교수는 홍콩의 설치된 국가 안보기관이 조사·체포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홍콩 기본법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보안법 '보편성', 중국 "다른 나라도 있어" 홍콩 "공산당 남용 우려"

중국 당국은 미국,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국가들이 이미 국가 안보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홍콩 보안법 도입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홍콩 전문가들은 홍콩 및 해외 보안법간 세부적인 내용 및 입법 취지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와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콩의 시사 평론가 사이몬 라우(劉細良·Simon Lau)는 우선 법률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기준으로 법률 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엄격한 보안법을 가진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에선 보안법이 야당을 탄압하는 데 쓰여 정권 연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법률의 '정치 도구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법률에 대한 견제 장치가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사이몬 라우는 보안법이 시행 중인 미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에선 삼권 분립 체계를 가지고 있는 점을 가장 두드러진 차이로 꼽았다. 즉 이들 국가에선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입법부가 법률을 검토·제정한 후 별도의 사법 기관이 법률을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의 입법 과정은 삼권 분리 체계가 부재한 사실상 독재 체제인데다 향후 시행과정에서도 법률 적용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또 싱가포르의 사례도 홍콩 보안법 제정의 시급성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의 보안법은 말레이 연맹에서 독립 후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외부 세력 위협에 직면해 국내 반대파를 억누르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됐다. 이와 함께 그는 싱가포르 보안법이 건국 초창기 국가 전복을 노리는 공산당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에 홍콩의 보안법 제정 취지와 상반된다고 밝혔다.

[사진=셔터스톡]

 

홍콩 변호사 협회도 홍콩 내에 설치될 국가 안보 기관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협회는 '해당 기관의 집행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중앙 정부 기관이 홍콩특별행정부 사무에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한 기본법 22조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조약과의 충돌 가능성도 언급됐다. 변호사 협회는 '보안법 제정은 홍콩이 가입한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위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dongxu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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