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미래통합당 지휘봉을 잡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독일 청년 조직 '영 유니온(Junge Union)'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그간 강조해온 '30·40 기수론' 현실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몇 년 전부터 1970년대 후반생, 즉 40대 이하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 30대 청년 정치인 3명을 임명했다. 김병민 서울광진갑 조직위원장과 김재섭 서울 도봉갑 조직위원장, 정원석 전 강남을 조직위원장이 주인공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yooksa@newspim.com |
독일에서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청년 정책과 교육적 측면에서 중요한 주제와 수단으로 인식됐다.
독일의 대표적인 청년 단체인 '영 유니온'은 기독민주당 산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8가지 세부 조직 중 하나로 청년 세대를 위한 정치 교육과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당 및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14~35세 청년 당원으로 구성됐으며, 회원은 전국적으로 12만명에 달한다.
영 유니온의 핵심 모토는 '역할을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이다. 지역과 학교 단위에서 이뤄지는 각종 정치 행사와 토론회를 놀이처럼 경험하고, 당직을 맡아 오랜 시간 현장 정치를 배우는 단계를 밟은 끝에 전문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구조다.
정원석 비대위원은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시절부터 아데나워 재단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다. 지난해에는 기민당 싱크탱크의 초청으로 영 유니온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비대위 합류 여부와 상관없이 아데나워 재단 차원에서의 새로운 청년 인재 교육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느정도 차용해서 당에 구조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김 위원장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답했다.
다만, 영 유니온이라는 제도가 한국 정당에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정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돈이랑 관련된 문제가 가장 크고 규제 역시 독일보다 엄격하다"며 "한국식 모델로 (청년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영 유니온은 기본적으로 기업으로부터 펀딩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청년행사를 주관하거나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며 "그 외에도 독일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하게 자리매김 했지만, 한국은 탑다운식이었다. 그것에 대한 한계도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kilroy023@newspim.com |
영 유니온은 청년 교육 기능에 심혈을 기울이는 조직이다. 기존의 정치교육 세미나 및 회의를 발전시킨 '원격 교육 프로그램'과 '가상 세미나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또 지역정치 기능을 모방한 '가상 라운드 테이블'과 '베스트 프랙티스포럼'을 통해 현실 정치 감각을 익힌다.
당 내에서도 영 유니온을 플랫폼으로 한 청년정당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위원은 "다음 세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저희 당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환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로 구체화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저희 나름대로 부딫혀 보고 이야기를 나눠봐야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청년당은 '당내 당' 형식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당초 김재섭 비대위원을 비롯해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천하람 전 후보, 조성은 전 당 중앙선대위 부위원장 등은 독자적인 청년비대위를 구성해 활동한 바 있다.
정 위원은 "당 내에는 여러 청년 조직이 있다. 그것을 모두 포괄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모두 긍정적이다.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주까지 기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당장 내일은 아니더라도 몇 개월 텀을 두고 조금씩 론칭할 것이다. 올해 안에 출범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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