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3월 증시 대폭락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확대에 발맞춰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다이렉트 연금계좌(개인연금+IRP) 잔고가 2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7년말 126억원에서 약 2년6개월만에 1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비대면으로 계좌개설 후 영업점 관리를 선택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는 다이렉트 계좌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지점 방문을 꺼리는 투자자들이 비대면 투자상품을 선호하면서 이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도 언택트 방식의 투자상담 조직 강화에 나섰다.
삼성증권의 언택트 고객 전담 상담팀은 비대면고객이 PB와 투자상담을 원할 때 대응하는 디지털상담팀, 스스로 투자판단을 하는 자기주도형 고객에게 맞춤형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FM(Financial Manager) 1·2팀으로 구성됐다.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 PB들이 고객응대는 물론 원포인트 상담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또 이메일과 문자를 통해 일반정보 및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유튜브 등을 활용한 온라인 세미나 등 언택트 서비스를 한층 강화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고객들이 보다 쉽게 증권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숏클립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활용한 언택트 소통에 나섰다.
자체 제작한 숏클립 동영상 콘텐츠를 '틱톡'에 올려 새롭게 주식 투자에 나서는 고객들에게 투자의 재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회사 알리기라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디지털 영상제작팀을 운영하고, 전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리서치센터의 아침 회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등 다양한 커텐츠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진투자증권은 6월까지 온라인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제공할 예정이며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KB증권 역시 비대면 계좌 개설시 현금 또는 경품을 제공하는 등 비대면 고객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단기 대응책이 아닌 근본적인 영업환경 변화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 축소, 자산관리(WM) 비중 확대, 디지털 경영 정착 등 이미 바뀌고 있던 것들이 코로나19로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코로나 이전부터 주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비대면 영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며 "지점을 선호하던 고액 자산가들 역시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접하고 상당히 만족해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증권사 지점은 102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879곳과 비교하면 불과 10년새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지점 또한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대신 WM 영업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거나 은행·카드와 업무를 분담하는 융복합 점포로 탈바꿈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창구 고객 비중이 적지 않은 은행과 달리 금투업계는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 주요 시스템 자체가 비대면 방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며 "시간이 갈수록 대고객서비스 파트에서 비대면 상담 창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 관리 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