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금융위원회 정책국장 시절 수천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처음으로 입수해 보고했던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언론이나 주위에 소문내서 압박할까도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초기 검찰조사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은 것은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당시 유 전 부시장 관련 첩보를 보고하고 직접 감찰을 진행했던 전직 특감반원 이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여러 경로로 유재수에 대한 여러 소문을 듣게 됐고, 마지막으로 금융위원회 내부에 확인해보니 꽤 신빙성 있다는 확인을 가지게 돼 보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금융위원회 간부 시절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7 pangbin@newspim.com |
이 씨는 당시 금융위로 찾아가 유 전 부시장에게 직접 휴대전화를 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고, 특감반원들과 함께 '크로스 체크'를 진행하면서 비위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현 국회의원), 천경득 전 행정관, 김경수 경남지사 등 현 정권 실세들과 인사를 논의한 정황을 발견했다고도 했다.
특히 천 전 행정관의 경우 유 전 부시장에게 자신의 지인을 금융위 상임위원 자리에 직접 추천하면서 "내가 잘 아는 변호사"라고 한 메시지도 발견됐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청탁은 실제로 성사됐는데, 이 사안은 윗선에서 꼭 알아야 될 것 같았다"며 "감찰 범위 밖이지만 윗분들에게도 보고해야 한다고 특감반장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질문하면서 "3회 조사 때의 진술인데, 1~2회 조사 때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이 씨는 "청와대를 나오면서 감찰 관련 부분은 밖에서 말하면 공무상 기밀누설이 될까 봐 말하는 자체가 꺼려졌다"고 답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직접 이 씨의 검찰 신문 조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검찰이 '왜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이 씨는 "당시 포렌식 자료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아는 내용이다. 그래서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얘기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얘기 안했느냐. 그렇다면 나처럼 두려워서 얘기를 안 한 거다. 유재수보다 천경득이 더 두려운 거다. 솔직히 말하지 못한 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서였다"고 답했다.
지난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이인걸 전 특감반장도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이 전 반장은 "여기저기서 많은 전화가 와 '생각보다 더 실세구나' 하는 압박이 들어 특감반장으로서 (감찰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반장은 "당시 상황이 '별거 아닌데 시끄럽게 하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저도, 박 전 비서관도 이건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대한 사안임을 (조국) 수석에게 알려야 되겠다 싶어 세게 쓰라고 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자녀 학사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사건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2회 공판에 출석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6.05 dlsgur9757@newspim.com |
해당 중간보고서 제목은 '금융정책국장 박근혜 전 대통령 조카 기업 스폰서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제가 반장에게 제목을 이렇게 정하자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카 기업으로 내세우면 감찰 정당성이 생기고 그에 따라 정치적 외압이 있어도 진행에 힘이 생기고 결과도 제대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씨는 감찰 당시 동료 특감반원들에게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정말 나쁜놈이다. 특혜주고 얻어 받은 게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도 잘나갔는데 이번 정부에서도 양다리 걸친다'고 말한 사실도 인정했다.
유 전 부시장은 청와대 창성동 별관 특감반 사무실에서 이뤄진 문답 조사 이후 자료 제출 요청을 피하는 등 제대로 응하지 않았는데, 당시 특감반원들은 언론이나 주위에 유재수가 감찰을 받고 있단 소문을 내 압박하면 감찰에 응할 것 아니냐는 아이디어도 냈다고 한다.
이 씨의 증언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 감찰은 그동안 특감반이 최초 첩보를 생산하고 직접 감찰한 첫 감찰 사례였다고 한다. 이 씨는 검찰에서 "유재수 건처럼 진행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실세라는 걸 이용해서 감찰을 무력화한 거라 반원들의 자존심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도 "저는 자료를 제출하면 분석해서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만일 제출 안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과 더불어 감찰에 응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보고서를 따로 써서 감사원에 보내든지 아니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하든지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에 앞서 이날 오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특감반 데스크 김모 수사관도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이 더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백'이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한창 감찰 중이었고 포렌식도 잘 진행됐는데 갑자기 그만하라고 해서 어이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른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김태우 전 수사관(당시 특감반원)의 폭로로 알려졌다. 2017년 특감반원 이 씨는 유 전 부시장이 불상의 업체로부터 기사가 딸린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해외 체류중인 가족들의 항공료를 대납 받았다는 등 비위 의혹을 보고했고 특감반은 감찰에 들어갔지만 마무리되지 못하고 유 전 부시장이 사표를 내는 것으로 끝났다.
유 전 부시장은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9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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