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 완화를 요구하며 인수 의지를 다시 밝혔지만, 인수포기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채권단이 다음 후보자 물색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K그룹과 GS그룹 등에 아시아나항공을 분할매각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은-현산 인수조건 재협의, 큰 의미 없어
10일 산업은행은 현산에 "인수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전일 현산이 입장문을 통해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다. 표면적으로는 양측이 협상을 지속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현산의 인수조건 재검토 요청 자체가 사실상 인수 포기를 위한 절차라는 것이다. 이날 산은은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현산의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채권단과 현산이 재협상을 해도 크게 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인수가격을 조정하더라도 법적·실무적으로 규모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주 가격은 낮추기가 어렵고,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봐야 추가 자금부담만 커진다. 지난해 12월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을 들여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1억원은 유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아시아나를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높이려고 했는데, 상황이 안 좋다고 가격을 낮춰준다면 금호그룹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 이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상증자 대금을 줄이면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재무개선이 어려워지는데, 현산 입장에서도 이 부분을 줄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가격조정 외에 채권단이 현산에 제시할 당근은 사실상 금융지원뿐이다. 영구채 출자전환이나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저비용 대출 약정 등이 꼽힌다.
시장에서도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중단을 점치고 있다. 전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 불확실성 우려를 반영해 아시아나항공 등급전망을 기존 '상향검토'에서 '불확실검토' 감시대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12 dlsgur9757@newspim.com |
◆분할매각 가능성↑, 후보군은 SK·GS 등
당분간 현산과 채권단은 표면적으로라도 인수 협상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미 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을 낸 상황에서, 어느 한쪽이 곧바로 협상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가 공식 중단될 경우 채권단은 급히 다음 후보자를 찾아야 한다. 매각을 지체하다가 자칫 아시아나항공(BBB-) 신용등급이 더 하락할 경우,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하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회사채 등이 부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분할 매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코로나 장기화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단일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산은은 '2019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가 '자회사 분리매각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요구한 데 산은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 다각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는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해 또다시 매각 작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올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묶는 '통매각'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분할매각을 할 경우 크게 항공, 화물, 항공기정비, 기타부문 등으로 쪼갤 수 있다. 기내식사업부는 지난 2003년 독일 루프트한자에 분할 매각한 상태다.
분할매각이던 단일매각이던 인수 후보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신용등급이 AA이상인 곳 중에서도 현금 여력이 있는 SK(AA+)나 GS(AA0) 등을 인수 후보자로 꼽았다. 그 외에 한화그룹도 후보로 꼽히긴 하지만, 일부 계열사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무리하게 뛰어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2조5000억원의 인수가격을 낮춰 봐야 어차피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 당장 2조원+알파의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업 중 조금이라도 인수 의지가 있는 곳은 SK나 GS정도"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가 다시 인수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기업 신용등급이 동반 상승하면서 기존 회사채나 ABS 등에 소요되는 이자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기 리스 비용 역시 줄이면서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서 현산이 지적한 대로 최근 5개월 사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4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며 "인수기업의 신용등급이 높아야 금융비용을 아끼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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