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언급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 달러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경제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수익률곡선관리 정책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률곡선관리는 중앙은행이 국채 매수·매도를 통해 국채 금리(수익률)를 목표 범위 안으로 유도하는 시중금리조작 정책이다. 통상 시중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사용된다. 이 정책은 앞서 일본 및 호주 중앙은행이 도입한 바 있다. 연준도 2차 세계대전 당시 3개월물과 1년물 국채를 대상으로 이 정책을 사용했었다.
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준의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해 투자 매력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달 하순 이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US Dollar Index)는 약 4.2% 하락했다.
BK애셋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베르크 상무이사는 연준이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을 발표하면, 유로/달러 환율은 현재 1.1368달러에서 1.14~1.15달러 수준으로 상승(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지수가 추적하는 6개 구성 통화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다.
전문가들은 수익률곡선관리 정책이 시행되면 3년물이나 5년물 국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연준의 정책 시행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관련 발표가 올해 중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서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수익률곡선관리와 비슷한 정책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발표된 이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주일 만에 최저치인 0.72%로 밀렸다. 최근 10년물 금리는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1%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10년물보다 만기가 더 긴 국채들의 금리 낙폭은 10년물보다 덜했다. 5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 차이는 119bp(1bp=0.01%포인트)로 2bp 벌어졌다. 5년물 금리 낙폭이 30년물보다 낙폭이 컸다.
이날 파월 의장의 수익률곡선관리 정책 언급 외에도 연준이 2022년까지 정책금리의 '제로(0)' 수준 유지를 시사해 국채 시장의 강세를 이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채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온건(Dovish, 비둘기파)'했다고 평가했다.
시포트글로벌의 탐 디갈로마 국채거래 담당 전무이사는 "성명서의 대부분이 극도로 온건한 편이었다"면서 "연준은 시장을 지지하고 이번 경기침체가 얕게 끝날 것이란 점을 확신하게 하는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계속 부양책을 더 내놓을 것이란 믿음을 줬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