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6·25 당시 월북한 자를 만나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민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돼 수감 중 사망한 지 48년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국가보안법 위반과 군기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민모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03.23 pangbin@newspim.com |
민 씨는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으로 지난 1961년 3월 경기 김포시 소재 자신의 집에서 6·25 당시 자진 월북한 다른 민모 씨와 접선하고 해군 경비초소 위치와 경비병력 등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1971년 5월 1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됐다. 이후 같은해 12월 대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았으나 수감 중 사망했다.
민 씨 유족은 2018년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은 기밀누설을 한 사실이 없고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한 자백진술은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민 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 및 자술서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임의성도 인정할 수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와 재심 대상 판결 내용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중앙정보부 수사관으로부터 고문 등 자백을 강요받는 가운데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고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심리적 억압 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달리 임의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할 만한 검사의 증명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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