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세금과 대출, 거래제한 등을 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규제지역 확대, 대출규제에 이어 전입 의무 기간도 단축해 사실상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매입)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평가다.
정부는 17일 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12.16 대책'과 코로나 여파로 하락하던 집값이 최근 비규제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자 다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초저금리와 급격히 증가하는 유동성으로 주택시장에 투기수요가 크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시장 과열을 차단하고 기존 대책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도권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지정…대출·전입의무 강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확대한다. 수도권 접견지역과 청주 일부를 제외하고 수도권 일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다. 오는 19일부터 지정 효력이 발생한다.
조정대상지역은 현재 44곳에서 69곳으로 늘어난다. 이번 대책에서 새롭게 편입된 지역은 경기도 고양, 군포, 안성, 부천, 안산, 시흥, 용인처인, 오산, 평택, 광주, 양주, 의정부 등이다. 인천에서는 미추홀, 연수, 남동, 부평, 계양이 적용을 받게 됐다. 충청북도에선 청주가 새롭게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도 48곳으로 늘었다. 경기도 수원, 성남수정,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이 지정됐다. 인천은 연수, 남동, 서구 등이 새롭게 지정됐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에는 50%, 9억원 초과엔 30%가 적용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50%로 낮아진다. 다주택자는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된다.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를 받으려면 2년 이상 보유에 거주 의무도 생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규제가 강화된다. 앞으로 무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6개월 내 전입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1년 내 전입을 해야 했다. 1주택자는 규제 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구입하면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신규 주택으로 전입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도 강화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있는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구입할 때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 만약 전세대출을 받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바로 갚아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아예 금지한다. 법인·개인 사업자 모두 해당한다. 현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50%(비규제지역은 없음)였다. 대출 관련 규제는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한다.
◆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 신청하려면 2년 실거주
앞으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선 2년 이상 살아야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번 제도는 오는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도입한다.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적용 대상이다. 현재 조합설립 인가 이후 단계를 밟고 있는 재건축은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서 거주여부와 관계없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을 준다. 착공 전이라면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낮아 사업 막판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에서 일정 기간 살아야 조합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면 막판 투자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에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도 본격적으로 징수되는 것도 부담이다. 한남연립(17억원)·두산연립(4억원)이 첫 대상이다.
정부는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합헌 결정에 따라 제도의 본격 시행을 준비 중이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현재 62개 조합(37개 지자체)에 약 2533억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이미 통지됐다.
문제는 환수금액이 상당하단 점이다. 정부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 강남 5개 단지의 평균 부담액이 4억4000만~5억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조합원에서 5억원 정도의 환수금이 발생하면 재건축에 따른 자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임박
정부가 서울 잠실과 삼성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서울 주요지역의 굵직한 개발 소식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송파구 잠실 스포츠‧MICE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 완료 ▲ 강남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시공사 입찰공고 시행을 위한 조달청 발주의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토부는 시장 불안요인 사전차단과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지정권자인 서울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허가대상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2년 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당분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사실상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하기 어려워졌고 수도권 풍선효과 지역도 대부분 차단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확대로 세제 강화, 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규제의 수위가 강하다"며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주택구입에 실입주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갭투자 및 원정투자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정대상지역지정 확대로 전 국민의 절반가량이 이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며 "규제 범위가 넓고 대출로 집을 가기 어려워 갭투자가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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