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 재건축 시장의 수요가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는 부동산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거주 의무기간을 도입한 것은 재건축 단지에 불고 있는 투기성 수요를 잠재우기 위한 취지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분양가 산정 등 재건축 재원을 확정하는 관리처분인가 이전에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이에 시공사 선정, 주민 이주 단계에서 뛰어드는 투기수요는 일부 차단될 것이란 관측된다.
◆ 2년 거주의무기간 도입에 투자수요 감소
17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재건축 투자수요를 줄이는 내용을 포함한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서 거주여부와 관계없이 토지 등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을 준다. 착공 전이라면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낮아 사업 막판 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앞으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선 2년 이상 살아야 조합원 자격으로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번 제도는 오는 1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도입한다. 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적용 대상이다. 현재 조합설립 인가 이후 단계를 밟고 있는 재건축은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에서 일정 기간 살아야 조합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면 막판 투자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며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 강남 초과이익환수금 4억...재건축 실익 급감
재건축 사업에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도 본격적으로 징수되는 것도 부담이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17억원)과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4억원)이 첫 대상이다.
정부는 작년 말 헌법재판소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합헌 결정에 따라 제도의 본격 시행을 준비 중이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이다. 현재 62개 조합(37개 지자체)에 약 2533억원의 부담금 예정액이 이미 통지됐다.
문제는 환수금액이 상당하단 점이다. 정부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 강남 5개 단지의 평균 부담액이 4억4000만~5억2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조합원에서 5억원 정도의 환수금이 발생하면 재건축에 따른 자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책에서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안전진단 기준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건축연한은 지난 2014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었다.
현재는 관할 시·군·구가 1차 안전진단 기관을 선정한다. 앞으로는 1차 안전진단 기관 선정·관리주체를 시·군·구에서 시도로 변경하고 2차 안전진단 의뢰도 시·군·구에서 시·도가 담당하도록 변경한다. 관리·감독 주최를 격상시킨 셈이다. 안전진단을 부실하게 진행한 업체에는 과태료 처분 및 입찰을 제한한다. 2차 안전진단에 현장조사도 강화한다. 서류심사 위주의 소극적 검토가 아닌 철근부식도·외벽마감상태 등 정성적 지표에 대한 검증을 위해 2차 안전진단 기관의 현장조사를 의무화한다.
서울지역 재건축 한 조합장은 "조합원 분양권을 받으려면 거주의무 기간이 생기고, 조과이익환수제 도입도 본격화돼 당분간 재건축 시장이 다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업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단지보다 조합설립 등 중간 단계에 있는 단지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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