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6·17대책'으로 법인 부동산에 세금 폭탄을 때리자 법인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 투자자들이 당황해하고 있다.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공시지가 10억짜리 법인 부동산의 종합부동산세가 기존 300만원 수준에서 3000만원대로 껑충 뛴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 앞으로 법인 부동산의 처분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법인 부동산에 대한 세금 강화로 올해 하반기 법인 부동산이 시장에 대거 풀릴 것으로 보인다.
법인 부동산을 소유한 이모(46세)씨는 "법인 보유 주택에 최고세율(3~4%)을 적용하고 양도소득세도 추가세율 20%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실질적으로 정부가 법인 부동산을 강력한 투기세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개인 부동산 거래보다 세금 부담이 커져 내년 이 제도가 시행되기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8년 장기 임대주택을 등록한 소유자에게도 종부세 비과세 혜택을 없앤 만큼 법인으로 부동산에 신규 취득하려는 수요도 급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소재 J부동산법인 대표는 "법인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면 대출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절세 효과가 있어 인천, 청주 등 최근 이슈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을 대거 사들이는 사례가 많았다"며 "많은 혜택이 사라지게 돼 종부세율 인상분을 적용받는 내년 6월 1일 이전에 서울보다는 대전, 청주 등 지방을 중심으로 법인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매도 시기와 전망을 문의하는 투자자도 많이 늘어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법인 부동산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이유는 분리 과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15억원짜리 두 채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작년 종부세로 약 2600만원을 냈다. 하지만 개인 명의와 법인 명의로 각각 한 채를 보유했다면 종부세 부담은 860만원으로 낮아진다. 종부세 공제(6억원, 1세대 1주택자 9억원)를 각각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편법이 힘들어져 세금을 더 내야한다. 최고 구간의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종부세 공제를 없애 납부액을 따지면 오히려 개인 거래보다 조건이 불리해졌다. 조정대상지역 내 법인 부동산의 종부세율은 2주택(조정지역 내 1주택 이하 포함) 이하는 3%, 3주택 이상(조정지역 내 2주택 포함)은 4%로 각각 인상해 단일세율로 적용하다. 기존에는 개인·법인 구분 없이 납세자별로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예컨대 공시지가 10억원짜리 법인 부동산을 보유한 투자자는 내년 6월 1일 종합부동세로 2700만원을 내야한다. 현재는 종부세 공제액 6억원을 받고 적용세율 0.8%를 적용받아 288만원은 냈다. 내년 6월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1년새 종부세 부담이 10배 늘어나는 셈이다. 법인 부동산 3주택자라면 종부세가 3600만원으로 불어난다. 내년 공정시장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 현재 90%에서 95% 높아지면 세 부담이 더 커진다.
최근 법인 부동산이 많이 늘어난 것도 규제의 칼날이 향한 이유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42건으로 작년 한해 거래량의 73%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신규 부동산 법인 설립 건수도 5779건으로 작년 한해 설립된 부동산 법인 수(1만2029건)의 48%에 달했다.
부동산 매매·임대업체도 빠르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2만3000개였던 부동산 매매업체는 2019년 3만3000개로, 임대업체는 4만2000개에서 4만9000개로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이 1%였던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3%로 증가했다. 특히 인천은 법인 매수 비중이 0.6%에서 8.2%로, 청주는 0.9%에서 12.5%로 뛰었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부동산 법인 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는 그동안 세금을 줄이는 수단으로 많이 이용했다"며 "종부세율과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이번 대책으로 법인 부동산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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