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청와대는 2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정의용 "볼턴,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상당 부분 사실 크게 왜곡"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전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그는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아이디어였으며,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회동하기 전 문 대통령이 동행을 요청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의 백악관 재직 시절 업무 카운터파트였던 정 실장도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으로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어 "이런 부적절한 행위는 앞으로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의 입장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전달됐다. 청와대는 미국 측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
◆ "사실관계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고록 내용 중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르냐'는 질문에 "정상 간의 대화 또는 외교관계에서의 협의 과정은 밝히지 않는 것인데 기본을 망각했다"며 "볼턴 전 보좌관이 여러 얘기를 했으나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판문점회담 당시 상황을 화면이나 보도를 통해 살펴보면 볼턴 전 보좌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저희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은 몽골 출장 중이었기에 그가 판문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는 의미다.
고위관계자는 정 실장이 언급한 '적절한 조치'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은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 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것을 포함해 사실이 허위사실에 대해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 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응수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