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대규모 환매 사태가 우려되는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운용)의 정체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투자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옵티머스운용의 정확한 실체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설립자인 이혁진 전 대표를 빼놓고는 지금의 옵티머스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 '신영증권'서 증권맨 시작.."영업분야 탁월한 성과"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993년 신영증권에 발을 들인 뒤 단 6개월 만에 영업분야 실적 1위를 기록해 처음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마이에셋자산운용(현 코레이트자산운용)으로 옮겨가 2년여 만에 수탁고를 크게 불려 다시 한 번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명성에 힘 입어 그는 2005년 CJ그룹에 스카웃 되면서 '투자업계의 기린아'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과 [캡쳐=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
당시 이 전 대표는 CJ자산운용(현 브이아이자산운용)에서도 특별자산 투자나 한류 콘텐츠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자산 투자는 골프장이나 다이아몬드, 미술품 등에 투자하는 것인데 이 전 대표는 이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CJ자산운용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자 2009년 회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시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에스크운용)'을 설립했다. 에스크운용은 이후 2015년 사명을 AV자산운용으로 바꾸고 2년 뒤 '옵티머스운용'으로 다시 한 번 이름을 바꾸게 된다. 설립 10여년 뒤 제2의 라임 사태 중심에 서게 된 '옵티머스운용'의 시작이다.
이 전 대표는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인연을 바탕으로 신영증권에서 전폭적인 투자를 지원받는다. 신영증권은 에스크운용 설립 초기 1억5000여만원을 투자해 지분 20만주(16.4%)를 매입한 데 이어 10년 동안 크고 작은 지원을 이어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보를 맡았고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공천을 받아 출마했을 정도로 정계에도 발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1년에는 배우 이서진 씨를 AV자산운용에 영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네트워크와 화제성을 바탕으로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 2013년 횡령·배임 논란...2018년 금융당국에 적발
에스크운용이 처음 위기를 맞은 건 지난 2013년 이 전 대표의 횡령·배임 의혹이 일었을 때다. 당시 에스크운용 측은 창업자인 이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사회에서는 이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에스크운용 측은 '내부 감사를 벌인 결과 이 전 대표가 20억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또 다른 대표인 김모 씨가 '경영권을 뺏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주주들까지 나서 이 전 대표의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스크운용 측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던 신영증권이 측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사명을 AV자산운용으로 바꾸고 안종진 당시 부사장(전 신영증권 금융자산영업 담당임원)을 영입하는 등 자신의 기반을 구축해나갔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배임·횡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다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이 전 대표가 지난 2013년부터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 A씨를 통해 가지급금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이 전 대표가 횡령한 금액만 4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 조사결과, 옵티머스운용 측은 투자자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면서 B업체로부터 자문을 받았다며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자문을 수행했다는 산출물 등 근거자료가 없는 데도 옵티머스운용 측이 업무보고서에 금융자문 수수료를 미수수익으로 허위 계상해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운용 이사회에 이 전 대표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한편 수사당국에 고발조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옵티머스운용 투자자들이 이 전 대표를 상대로 행사한 풋옵션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올 1월 공매로 넘어가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최대주주는 물론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내려와야 했다. 이후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현 대표가 취임하면서 방향키를 잡게 됐다.
◆ 대표 바뀐 이후에도 공기업 매출채권펀드 등 '안정성' 강조
이후에도 옵티머스운용은 자신들의 강점인 대체투자를 앞세워 ▲매출채권펀드 ▲레포펀드 ▲부동산펀드 ▲자산유동화펀드 ▲신재생에너지펀드 등을 운용했다. 이 가운데 매출채권펀드의 경우 '공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매출채권만을 사들임으로써 투자의 안정성을 크게 높였고 판매사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안내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설명한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캡쳐=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
특히 옵티머스 측은 ▲투자타당성 검토 ▲예비투자 심의 ▲투자심의위원회 ▲투자실행 등의 단계를 거쳐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운용중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옵티머스운용 측은 '자산운용의 투명성, 고객 이익 보호를 위해 독립된 준법감시체계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기준 옵티머스운용의 수탁고 설정금액은 총 4200억여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옵티머스운용이 지난 18일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 2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부실사태'가 드러났다. 특히 옵티머스운용의 '트러스트전문투자형 제4호'와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7·28호' 상품도 곧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가 부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상품들은 각 100억원 규모로 모두 합하면 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미 환매가 중단된 상품들까지 포함하면 환매 중단 규모는 7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펀드명세서 위조 여부다. 옵티머스운용이 펀드에 부실 사모사채를 담아놓고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수도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실 사모사채는 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를 담아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칫 '제2의 라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현재 금감원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운용 전반을 들여다 보는 등 강도 높은 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조사범위를 협소하게 잡아놓지 않고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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