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 '셰일 혁명'의 상징인 체사피크 에너지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국제유가가 40달러대에 계속 머물 경우 200개가 넘는 셰일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체사피크는 미국 텍사스 남부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체사피크는 올해 1분기 83억달러(약 9조9000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 26일 기준 체사피크 시가총액은 1억1600만달러(약1400억원)로, 2008년 최고치인 380억달러(약 45조7000억원)에 비해 대폭락했다. 지난해 말 회사 부채는 95억달러(약11조4000억원)였다.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원유 가격 폭락이 오랫동안 채무에 시달려온 체사피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했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파산보호 신청에서 체사피크는 부채 70억달러(약 8조4200억원)를 탕감받고 추가 자금 9억2500만달러(1조110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생존계획으로 법원에 제시했다. 법원은 자산과 부채 상황을 살피고 채권자의 의견을 들은 뒤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바탕으로 파산보호 여부를 결정한다.
체사피크의 더그 롤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고질적인 재무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 구조 및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89년 오브리 매클렌던이 설립한 체사피크는 미 경제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미국 내 500대 기업에 들어 있다. 프래킹(fracking) 방식으로 원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선두 기업으로 셰일혁명의 상징이었다.
매클렌던 전 CEO는 2000년대 초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텍사스주, 오클라호마주, 오하이오주, 와이오밍주 등에서 대담하고 공격적으로 토지를 임대하면서 2008년 말 기준 체서피크는 1500만 에이커(약 6만㎢)에 달하는 토지에서 시추권을 가졌다.
이로 인해 체사피크에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게 돼고 CEO자리를 물려받은 롤러는 가스 자산을 매각하고 석유 생산을 늘려 회사를 회생시키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등 산유국의 생산 증대 결정으로 체사피크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40달러대인 원유가격이 계속 이 수준에 머물 경우 향후 2년 동안 200개 넘는 셰일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州) 미드랜드 인근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펌프가 작동하는 모습. 2017.03.05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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