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재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증거인멸 행위 처벌 가능성을 두고 "공범이면 무조건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동생 조권 씨에 대한 11번째 공판을 열고 재판 절차를 종결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 4월 22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선고 기일을 잡았으나, 조 씨가 지난해 조 전 장관의 청문회 국면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지인들에게 관련 서류들을 파쇄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 공동정범인지 교사범인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을 재개했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타인에게 이를 인멸하도록 도움을 청하는 행위는 처벌 받을 수 있다. 조 씨가 지인들에게 서류를 파쇄해달라고 부탁한 행위를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판단한다면 조 씨는 이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을 수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웅동학원 채용비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권 씨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휠체어에 탄 채 출석하고 있다. 2019.10.31 pangbin@newspim.com |
이날 검찰은 "증거인멸의 교사범은 처벌되고 공동정범은 처벌이 안 된다는 기준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수십 수백년 동안 형사법 이론에서 전개돼 왔지만 그 구별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처벌 여부의 기준은 교사범이냐 공범이냐가 아니라 방어권의 남용이냐 아니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인멸 교사의 상대방이었던 피고인의 후배들은 증거인멸 범행을 할 아무런 동기도 없는 사람들이고, 그로 인해 아무런 이익도 얻지 않은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두 사람을 증거인멸이란 형사범행을 저지르게 만든 핵심적인 요인이 피고인이라는 것에는 재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피고인은 방어권을 남용 일탈한 교사범이고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2018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보면 피고인이 자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제3자와 공동해서 하는 경우 당연히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입장에서 설사 증거인멸 할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후배들한테 도와달라, 같이 하자고 하는 정도의 행위만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31일 조 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앞서 조 씨는 2006년과 2017년 두 차례 채무를 피하기 위해 웅동학원을 상대로 '셀프소송'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들에게 관련 서류를 파쇄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또 2016학년도와 2017학년도 웅동중학교의 사회 교사를 채용할 당시 브로커를 통해 돈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려 교직원을 부정채용하는 등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350만원을 건네주며 필리핀으로 가 있으라고 도피를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앞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학교 재산을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등 법과 제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용한 것으로, 범죄의 행위가 지극히 불량하다"며 조 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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