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장현석 기자 =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윤석열(60·23기) 검찰총장이 소집한 전국 검사장 회의가 9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날 회의에서 윤 총장은 검사장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입장이었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
3일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오전 10시 경 대검찰청 8층에서 시작된 고검장 회의는 예상보다 논의가 길어지며 4시간 가량 진행됐다. 오후 수도권 지역 지검장 회의와 수도권 외 전국 지방청 지검장 회의도 예정보다 장시간 의견 개진이 이어지면서 전국 검사장 회의는 시작한 지 9시간 만인 오후 6시 50분 종료됐다.
윤 총장은 오전 간담회에서 고검장들의 의견을 장시간 청취했고, 오후 지검장 간담회에서는 인사말만 하고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상황 속에서 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이상 성급하게 하지 말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며 "다만 회의 분위기는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였고 총장은 의견을 듣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수도권 지역 지검장 회의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불참했다. 대검을 통해 "수사청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라는 이유에서다. 이 지검장은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을 놓고 윤 총장과 정면 충돌한 장본인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전문수사 자문단 소집이 중단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국 고검장과 지방 검사장 회의를 소집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대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0.07.03 dlsgur9757@newspim.com |
◆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 부당…"재지휘 요청" 의견도
이날 회의에선 윤 총장과 검사장들이 자문단 소집처럼 수사가 아닌 검찰총장 직무범위 안에 있는 사안이 장관의 지휘 대상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전날 '자문단 절차 중단'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독립성 보장' 수사를 지휘했다.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얘기다.
이는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에 근거한다. 하지만 일부 검사장들은 검찰청법 7조를 근거로 추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 지시가 부당하다며 "추 장관에게 재지휘를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 7조는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해 소속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이에 윤 총장이 전국 검사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검찰청법 제7조 2항은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부)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오늘 (검사장 회의를 통해) 수사지휘를 받으면 안된다는 여론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장관지휘를 안받겠다는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해당 조항이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검찰총장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핌 DB] |
◆ 검사장 회의 도중 추미애 "수사팀 교체·특임검사 임명" 일축
이런 가운데 이날 법무부는 검사장 회의 도중 입장문을 통해 "수사팀 교체, 제3의 특임검사 임명은 법무부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임검사 임명은 윤 총장이 수사지휘 수용 방식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카드다.
윤 총장이 '특임검사 임명'에 대해 검사장들 내부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 장관은 수사팀 교체와 특임검사 임명 제안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역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대검 기획조정부는 이날 검사장들의 의견 취합 결과를 정리해 이번 주말 혹은 다음주 초 윤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가 수사지휘 수용에 대한 찬반 등을 의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간담회 형식의 의견수렴 자리인 만큼 결국 최종 결정은 윤 총장이 내려야 한다. 윤 총장이 숙고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총장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추 장관의 지시 수용 후 사퇴 또는 현직 유지, 거부 후 사퇴 또는 현직 유지 네 가지다. 윤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거취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일 경우 검찰 지휘감독권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식물총장으로 전락하게 돼 외압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거부할 경우 법이 보장한 장관의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총장 본인이 수사나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y2k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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