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북미대화를 정치적 위기 해결 도구로만 여기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4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우리의 기억에서 마저도 삭막하게 잊혀져갔던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며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지어 그 무슨 '10월의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적인 제재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이룩된 북미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강조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아직도 협상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누구의 국내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더 긴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 대통령은 미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지난달 30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과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언급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일련의 생각은 백악관에 전달됐고 미국 측도 공감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같은 날 한 포럼에서 "개인적으로 미 대선 전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면서도 "미국 쪽에서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는 것은 고무적인 게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성과와 대북제재 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 쌓기라는 '갈증'이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북한이 이 같은 미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설과 관련해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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