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가운데,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해서 주한미군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진행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독미군 9000여명 감축과 이들의 폴란드 재배치를 언급했다. 현재 주독미군은 3만4600여명으로, 트럼프 대통령 언급대로 감축이 실행될 경우 주독미군은 2만5000명 선으로 줄어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을 겨냥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회적으로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해외 주둔 미군 감축 혹은 철수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쳐 왔다.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7.02 mj72284@newspim.com |
◆ 미국 내 주한미군 감축‧방위비 인상 비판 여론 적지 않은데…왜?
박원곤 "트럼프 지지층은 찬성…미국 우선주의 정체성 강화 위한 전략"
존 볼턴 "재선 어려울 경우 11월 대선 전 주한미군 감축 도박할 수도"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미국 내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이가 적지 않은 이슈다. 일례로 미국 상‧하원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또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6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나우앤서베이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치 않는 가장 주된 이유는?'이라고 물은 결과 세 번째로 많이 나온 응답이 '주한미군 철수 협박과 방위비 분담금 압력(13.47%)'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꾸준히 이 두 가지 부분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가 대선 전략으로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해외 주둔 미군 감축 혹은 철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찬성한다"며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부터 미국 우선주의 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기를 얻어 집권한 것이기 때문에 대선에서 지지층을 안고 가기 위해 자신의 핵심적 정체성을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mironj19@newspim.com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는 도박을 할 수도 있다"며 "정치인이 재선이 매우 어려워 보일때는 도박을 하는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국 의회가 국방수권법으로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고 있지만, 행정부가 얼마든지 국방수권법을 피해서 주한미군 감축을 감행할 수 있다.
박원곤 교수는 "국방수권법이 주한미군 감축을 완전히 막지 못한다"며 "순회배치 기간을 늘린다든지 해서 법의 틈새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
◆ 박원곤 "트럼프 재선 대비 대미전략 재검토 필요…공화당, 충분히 주한미군 감축 가능"
우정엽 "바이든 되더라도 불가능 아냐, 다만 실제로 실행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대미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박원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정말로 근본적인 대미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는 공화당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에는 대비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 이야기는 민주당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언급했던 것이고 미국 내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외에도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극단적으로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주한미군 감축을 반대하는) 미국 관료그룹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