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앞으로 전세계약 기간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현재 임차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5억원일 경우, 집주인은 재계약을 할 때 5% 한도로 5억2500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인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속도를 낸다. 당정이 임대차 3법을 신규 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소급적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전세 대신 반전세 또는 월세로 돌아서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제도 시행 전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는 등 임대차 시장 불안 조짐도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홍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2020.07.10 mironj19@newspim.com |
◆ "7월 임대차 3법 국회 통과"...기존계약에 소급적용
11일 정부와 민주당은 전날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임대차 3법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부동산세법 등 관련입법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3법도 함께 처리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6일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월세신고제 법안을 마지막으로 임대차 3법 발의가 마무리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계약을 체결한 뒤 30일 이내에 보증금과 임대기간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최소 4년간(2+2년) 거주기간을 보장받는다.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증액은 기존 임대료 대비 5% 이내로 제한된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 같은 임대차 3법을 법 시행 이후 새로 체결하는 신규 계약뿐만 아니라 임대 기간이 남은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소급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임대 기간이 만료돼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월세 시장 안정과 임차인 보호라는 제도 취지를 고려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8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당시 기존 계약과 갱신 계약 모두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한 예가 있다"며 "이번에도 반영된다면 세입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대차 3법은 유예기간 없이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당정이 7월 국회를 거쳐 속도를 낸다면 올해 안에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시행을 가정하면 이달 기준으로 갱신까지 두 달 이상 남은 임대인은 임대차 3법 적용 대상이다. 9월 이후 신규 계약도 마찬가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부동산 대책 관련 긴급 보고를 받고 다주택자를 비롯한 투기성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정부가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의 모습. 2020.07.03 yooksa@newspim.com |
◆ 미리 전셋값 올리는 집주인들..."공급 줄면서 전세대란 가중"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 시행에 대비해 전셋값을 올리는 임대인이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이후에는 시세 상승분과 관계없이 임대료 인상폭이 제한되는 까닭에 미리 올려 받으려는 것이다.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임대인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는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줄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라고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임대차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고 임대기간을 늘리면 임대를 내놓는 집주인이 급격히 줄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세는 이 같은 우려를 더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 전셋값은 0.10% 올라 54주 연속 올랐다. 신축 선호와 청약대기. 교육제도 개편 등에 따른 전세수요는 꾸준한 반면, 매물이 부족한 영향이다.
앞서 주택 임대차제도 개편 당시에도 전셋값이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한 바 있다. 199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임대차 계약 기간은 1년에서 2년으로 늘었다. 제도 시행 직전인 1989년 서울 전셋값은 23.68% 올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전세기간이 늘면서 계약 갱신 시점에 임차인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면 전셋값 상승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고가 임대주택을 사는 부유층에 대해선 임대료 증액 상한 5%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서진형 회장은 "일정 전세보증금 이하의 임차인에 대해서만 임대료 5% 이내 상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전세금 2억원짜리 빌라 사는 임차인과 전세금 10억원 고급주택에 사는 임차인에게 같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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