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합수단)에 향해 피해자측 여성단체가 '책임회피'라고 비난했다. 뒤늦은 입장표명과 사실관계 공개 거부 등으로 여성단체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서울시는 여성가족부 참여 등 합수단의 진정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추가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전직 비서)A씨를 보호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와 꾸준히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명확한 반응이 없는 상태"라며 "입장문에서 공개한 것처럼 합조단 구성에 참여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여가부와 함께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07.13 dlsgur9757@newspim.com |
◆ "진정성 없다"...여성단체, 서울시 '책임회피' 맹비난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가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처음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는 이보다 앞선 10일에 이미 두 여성단체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박 시장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주요 여성단체를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던 중 A씨가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부분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두 여성단체는 워낙 신뢰도가 높고 서울시에 자문 역할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A씨가 제대로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합조단 공동 구성 등을 제안한 것도 이들의 전문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접촉에도 성폭력상담소와 여성의전화가 16일 박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된 추가 폭로에 나서고 합조단 구성의 진정성을 비난하면서 서울시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측에 합조단 구성 참여를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성단체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합조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고 조사 대상인 비서업무 관련 별정직 공무원들이 이미 자취를 감추고 침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여기에 여성단체마저 참여를 거부할 경우 공정성 자체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합조단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 여가부 등 공정성 담보할 합조단 구성 관건
이에 서울시는 여가부에 합조단 참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주무부처이자 다양한 전문가가 포진한 여가부가 참여할 경우 진정성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가부는 박 시장 사태 이후 나흘만에 뒤늦은 입장을 내면서도 '고소인'이라는 표현으로 2가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6.30 kilroy023@newspim.com |
하지만 16일 고소인을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새로 밝히고 서울시 현장조사 추진을 거듭 강조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피해자측 여성단체 역시 여가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가부는 오늘(17일) 오후 12시 이정옥 장관 주재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보완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회의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에 대한 현장점검 방식과 합조단 참여 등도 거론될 전망이다. 주요 여성단체 대표들도 참여해 현실적인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알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이미 서울시를 떠난 별정직 공무원들이라는 점에서 합조단의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합조단과는 별개로 서울시에 대한 압수수색과 주요인물 소환 등 조속한 법적 조치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측은 "합조단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현재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조속한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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