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에 나서도록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최대 한 달 이내에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에 나서겠다는 것.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20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에 한 달 내 거래종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를 통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현산의 요구를 채권단이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협상에 아무런 진척이 없자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계약해지 의사를 전달한 날은 지난 15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현산은 늦어도 8월 중순 경에는 재협상 혹은 인수와 관련한 의지를 밝혀야만 한다. 금호산업은 현산이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산은 기업결합신고 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3일 채권단과 인수상황 재점검과 관련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에 따르면 20일여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산 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이니 답답할 뿐"이라며 "아직까지 현산이 재협상과 관련해 공문을 보내온 바 없다"고 전했다.
이어 "채권단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 남은 것은 현산의 결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금호산업의 태도가 강경하다. 현산에 구주 매각대금으로 3200억원을 수혈해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금호산업은 최근 현산에 계약해지 가능성 전달 외에 기업결합신고 등 주요 선행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조속히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마무리 짓자는 취지의 내용증명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M&A 과정에서 금호산업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계약해지'까지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채권단과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상당히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증명은 계약 이행을 두고 계약 당사자 간 이견이 심해질 경우 자신의 입장의 법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행위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민사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향후 M&A가 무산돼 계약금 반환 소송 등이 벌어질 경우 현산 쪽에 책임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이른바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간 아시아나항공 M&A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금호산업이 적극적으로 현산을 압박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며 "현산에 '노딜'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산은 '묵묵부답'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 타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자신들 외에 인수합병에 관심을 가진 인수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현산은 선행조건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거래종결 시한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현산이 기업결합신고 외에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 ▲5000억원 규모 영구채 출자전환 ▲추가 지원안 등을 선행조건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절차를 둘러싸고 현산과 채권단·금호산업 사이에 갈등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무산 가능성이 고조될 경우 '3자 회동(은 위원장-이동걸 산은 회장-정몽규 현산 회장)'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최근 정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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