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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금호산업, 아시아나 매각 파기시 '3000억 날릴 수도'

기사등록 : 2020-07-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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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에 '최악'은 출자전환…구주매각 대금 못 받을 수도
HDC현산에 압박 수위 높이지만…판 깨지면 새로 다시 짜야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거래 깨지면 출자전환 검토 가능"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난항으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현산)의 인수 포기로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서면 3000억원이 넘는 지분매각 대금을 못 받을 수 있어서다.

최근 금호산업은 HDC현산 측에 거래종결을 안 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압박했지만, 매각 파기시 가장 불리해지는 건 금호산업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금호산업에 '최악'은 출자전환…구주매각 대금 못 받을 수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매각에서 금호산업에 '워스트 시나리오'(최악의 상황)는 HDC현산의 인수 불발로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출자전환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가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바뀔 수 있다. 그 결과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매각 주체도 금호산업에서 채권단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아도 대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빚 못갚은 사람의 집을 경매에서 판 돈으로 채권자들에게 자금을 배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법원이 선순위 채권자부터 돈을 주기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는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받거나 못 받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금호산업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면 자금회수 가능성이 낮아진다.

앞서 금호산업은 작년 상반기 보고서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5%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장부가 3035억원을 책정했다. 금호산업의 지난 1분기 매출(3570억원)보다 약간 적은 규모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가로 제시한 금액이 3080억원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를 못 받으면 금호산업은 한 분기 매출에 가까운 대금을 잃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실패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합병(M&A) 주도권이 넘어가고 금호산업이 제3자가 된다"며 "금호산업이 3자가 되면 구주매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HDC현산은 인수 포기시 이행보증금(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총 2500억원을 에스크로(조건부 인출가능) 계좌에 납입했다. 금호산업은 이 계약금 중 일부를 챙기는 것을 차선책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 HDC현산에 압박 수위 높이지만…판 깨지면 새로 다시 짜야

최근 금호산업은 HDC현산 측에 거래종결을 독촉하고 있다. 러시아를 끝으로 필요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가 끝나 인수 마감시간이 지났으니 계약을 마무리할 것을 공식 촉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달 내 거래 종결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거래를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낼 방침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경우 금호산업의 매각대금 회수는 그만큼 늦어진다. 기존 거래가 파기되면 전체 협상 판을 새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결정하면 인수대상인 아시아항공의 재무구조가 달라져 아예 새로운 매물을 내놓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즉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인수주체의 지분율과 인수가격을 새로 책정해야 한다.

또한 이면 협의가 없을 경우 HDC현산이 또다시 인수주체로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매각 공고, 적격 예비인수후보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모든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할 수도 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매각을 결정한 시점은 작년 4월 15일이며, HDC현산이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 것은 작년 12월 27일이다. 8개월여에 걸쳐 최종 인수자가 결정된 만큼 새 인수자를 찾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줄어드니 인수조건이 더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수주체의 지분이 바뀔 수 있어 가격을 재협상할 여지가 있지만 회사 재무구조가 개선되니 새 인수자에게 부담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거래 깨지면 출자전환 검토 가능"

앞서 HDC현산은 지난달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달라고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공식 요청했다. 코로나19 등 인수가치를 훼손한 여러 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계약 종결 시한을 연장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HDC현산 측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계약 당시보다 부채가 4조5000억원 늘었다. HDC현산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작년 11월 12월은 아시아나항공 반기보고서까지만 나온 시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6월 말에 비해 작년 말 부채가 2조8000억원 추가 인식됐다. 또한 지난 4월 채권단 자금 지원으로 차입금이 1조7000억원 늘었다.

부채비율(별도재무제표 기준)은 계약 기준일인 작년 6월 말에서 지난 1분기 말까지 1만6126%포인트(p) 급등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은 1조772억원 감소했다. 현산은 이에 대해 채권단과 서면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채권단은 HDC현산에 "만나서 대화하자"고 회유에 나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HDC현산이 서면협의를 요청했는데 60년대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편지로 대화를 하느냐"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현산도 알고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장이 좀더 강경해졌다. HDC현산을 무한정 기다려줄 수는 없으며, 계약 파기시 출자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구체적으로 어떤 인수조건을 바꾸길 원하는지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으며, 거래가 종결됐다는 게 확실해지면 출자전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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