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저가항공사(LCC)들이 항공 화물 수송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수요 급감에 여객 의자를 뜯어 화물을 수송한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와 대조된다.
LCC들 역시 항공 화물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지만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LCC 대부분 화물 처리 노하우가 많지 않은데다 국내 LCC들이 운영 중인 항공기 대부분 소형기인 탓에 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가운데 항공화물 사업팀을 운영 중인 곳은 국내 LCC 1~3위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세 곳이다. 다만 통상 화물이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FSC과 비교하면 취급 물량이 미미하다.
LCC들이 항공화물을 취급하기 어려운 것은 항공기가 대부분 소형기이기 때문이다. 화물을 취급하더라도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운임이 급등한 상황에서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화물 노하우를 쌓아온 FSC와 비교해 영업 역량이 부족하고 화물 적재 등 시스템도 구축돼 있지 않은 점 역시 적극적인 영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LCC는 화물 물량이 많은 미주, 유럽 등을 운항할 수 없는 제약이 있다. 하와이에 취항해 있는 진에어를 제외하면 대부분 LCC들은 아시아, 동남아로 운항 영역이 제한돼 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에서 항공화물 물량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홍콩의 케세이퍼시픽이 구제금융에 들어가면서 더해진 항공화물 공급 부족 수혜를 입으며 2분기 상당부분의 적자폭을 줄였다.
LCC 가운데 그나마 화물영업이 가장 수월한 곳은 진에어다. LCC 대부분 소형기인 보잉 737기종만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진에어는 대형기인 보잉 777 4대가 있어 항공화물을 취급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진에어는 지난달 대한항공이 좌석칸에 화물을 싣기 위해 도입한 카고시트백(Cargo Seat Bag) 도입 준비를 마쳤다. 화주가 요구하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필요할 경우 카고시트백을 장착해 화물을 운송한다는 방침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여객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 화물운송을 점차 늘린다는 목표다. 기존에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한 밸리카고(Belly Cargo) 외에 카고시트백 도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실적 호조에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각각 121억원, 606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각각 865억원, 634억원, 530원 영업손실로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LCC 업계로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운송도 '그림의 떡'인 셈이다. 또 업황 부진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등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LCC들이 항공화물 운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여객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음달 고용유지지원금마저 끊기면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주요 LCC 대표들은 22일 송옥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을 호소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 역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객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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