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극도로 고조됨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부지불식간에 거대한 시장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가 2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번 주 미국 국무부는 지식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지시했고, 이에 앞서 법무부는 코로나19(COVID-19) 백신 연구물 탈취 시도 혐의로 중국 해커 2명을 기소했다.
월가는 수십년 간 공생 관계를 형성하려 애써 왔던 미중 관계가 역방향으로 돌진함에 따라 시장이 받게 될 여파를 예측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 가지 일관적 관측은 세계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다른 국가와 기업들은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의 질서는 단순한 양극화보다는 훨신 복잡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락펠러 에셋 매니지먼트의 지미 창 수석 전략가는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중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데다 홍콩 국가보안법까지 강행해 미국과 사이가 단단히 틀어진 만큼 미국, 서방, 중국이 정상 관계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디커플링은 가속화되는 일만 남았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중국의 주요 정책 전환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와 중국의 보복 조치 경고로 불거진 양국 긴장에도 이날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창 전략가는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미중 관계 악화일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공급망 및 무역 패턴 변화가 전 세계 기업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랜 증시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 전략가는 세계증시의 20% 하락을 점치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더불어 미중 관계 악화를 이유로 꼽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 간 부정적 역학이 팬데믹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경쟁구도는 미중 G2(주요2개국) 관계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한 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디커플링은 단지 기술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므로, 투자자들은 세계성장 중력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미중 시장 모두에 대한 익스포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국으로부터 반중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이는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만의 전략이 아니라 공화-민주 양당 모두의 초당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측에서도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내부 결속에 도움이 되는 만큼, G2의 충돌 국면은 더욱 심각해지기만 할 것이라고 창 전략가는 예상했다.
그는 "상호 신뢰가 무너졌다. 서방은 수십년 간 중국과 교역을 늘리고 중국에 문호를 개방하면 중국이 서방의 시스템을 따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지난 몇 년 간 일어난 일은 그 반대였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미국 기업들을 미국 행정부에서 활동하는 중국 측 로비스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들에게 친절하지만, 미국 정부가 기업들의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강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업들도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난주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고, 이번 주 미국 정부는 애플, 알파벳, HP, 휴고보스, 랄프로렌 등의 협력업체로 알려진 11개 중국 기업을 허가 없이 미국 기술을 취득할 수 없는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창 전략가는 "디커플링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무역 시스템과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지위가 20년에 걸쳐 구축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간 구축된 공급망과 무역 시스템이 와해되면 앞으로 제품 가격과 인플레이션이 받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탈피 여파는 앞으로 몇 년 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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