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코로나19 국면에서 내수가 먹여살렸다. 특히 제네시스가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지난 23일 오후 현대자동차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그룹 내 임직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 여파에 수출과 해외 판매가 주저앉은 상황에서 내수시장 선방과 이를 견인한 제네시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결과적으로 최악을 면하게 했다는 것이다.
26일 관련업계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고공성장하고 있다. 올초 대형 SUV GV80과 함께 지난 3월 신형 G80 출시 뒤, 내수 시장에서 2분기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8.3%에서 16.2%로, 무려 95% 급증했다. 상반기 4만8886대가 팔리며 지난해 판매량(5만6801대) 추월을 앞두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기아차] 2020.07.24 peoplekim@newspim.com |
◆ 제네시스, 내수 95%·해외 125% 성장세 '주목'
글로벌 시장에서도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2분기 기준 5.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25% 늘어나며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BMW, 아우디 등 명차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경영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제네시스 미출고분이 약 4만대"라며 "하반기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로 호조세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기획부터 2015년 11월 출범 등을 주도해왔다. 특히 제네시스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3대 전략 중 핵심이다.
고급 브랜드가 없는 기아차 2분기 내수 평균판매단가(ASP)가 268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올랐고 같은 기간 수출 ASP도 1만8200달러로 14% 뛰었다는 점을 미뤄, 판매 가격이 높은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 수익성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ASP를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서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 글로벌 ASP는 1만9400달러 수준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는 전년보다 39% 감소했지만, 제네시스와 펠리세이드 등 신차효과가 극대화됐다"며 "같은 기간 믹스(Mix) 개선에 따라 평균판매가격이 25.8% 상승했고 매출원가율은 0.1%포인트 개선된 83%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제네시스 신형 G80 [사진=제네시스] 2020.03.30 peoplekim@newspim.com |
◆ 현대차 실적 감소인데도 '선방' 평가 배경에...
이처럼 증권가가 현대차 2분기 실적에 대해 선방했다는 분석을 내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초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현대차 2분기 매출 2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74% 이상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2분기 ▲매출 21조8590억원(자동차 16조565억원, 금융 및 기타 5조8025억원) ▲영업이익 5903억원 ▲당기순이익 3773억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다소 상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9% 감소한 수치로, 영업이익과 순익도 각각 52.3%, 62.2% 감소했다. 2분기 판매량은 70만3976대로 36.3% 감소했다. 해외 시장은 47만8424대로 47.1% 쪼그라들었으나, 내수는 22만5552대로 12.7% 올랐다.
5년 전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과를 보는 것처럼 이제 시선은 전기차에 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한 순수 전기차(프로젝트명 NE) 출시를 시작으로 테슬라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게 된다. NE를 포함해 오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23종 등 총 44종의 전기동력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완성차 회사는 물론 테슬라와 같은 신생 회사도 전기차 경쟁에 뛰어든 만큼 미래차 경쟁은 국가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 수석 부회장이 최근 수개월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전자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 때문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제네시스가 없었으면 현대차는...'이라는 현대차 임직원 안도가 2025년께 '전기차가 없으면 한국은...'이라는 정부의 안도로 바뀌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지금의 현대차의 수익성이 미래에는 국가 수익성으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제네시스는 내주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한 제네시스 브랜드 최대 거점인 '제네시스 수지'를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