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과 유럽 등 외국계 은행들이 홍콩 고위 관리들의 계좌 개설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들의 계좌를 폐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7일 자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나드 찬 홍콩 행정회의 의장은 최근 미국계 은행이 자신의 계좌를 폐쇄하고 자금을 둘려주겠다고 통보했다며, 다른 홍콩 고위 관리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했다.
찬 의장은 이어 "미국계 은행들은 정치적으로 노출된 사람과 아무 관계도 맺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HSBC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의장으로 있는 행정회의는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조언을 해주는 기구다.
외국계 은행들이 홍콩 고위 관리들을 고객으로 두기 꺼리는 것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시행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홍콩 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홍콩 관리 및 이들과 거래한 은행에 제재를 부과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앞서 이번 달 10일 FT는 홍콩 내 미국 및 유럽계 은행들이 미국의 제재 위험이 있는 중국·홍콩 관리와 기업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긴급 감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들은 홍콩 보안법에 반대한 민주파 인사들의 계좌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에게 그의 책 판매 로열티 수입에 관해 질의했다고 FT는 전했다. 웡은 책 판매 로열티를 자신의 HSBC 계좌로 받았다. 현재 웡의 HSBC 계좌는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은행과 펀드들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홍콩 관리들의 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것이 홍콩 보안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해당하는지 홍콩 당국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해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찬 의장은 "은행 계좌 폐쇄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미국 정부가 은행들에 이것이 홍콩 정부를 압박할 방법이라고 말했다거나 관련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없는 경우에 한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0.05.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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