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받아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심판청구를 접수했다.
재계에서는 형제간 분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등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객관적 판단을 받겠다는 게 조 이사장의 취지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조 이사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0.83% 보유한 탓에 조현범 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을 중심으로 형제간 연대 가능성이 있어 조현범 대 남매간 분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김기락 기자 = 2020.06.30 peoplekim@newspim.com |
◆ 조희경 이사장, "조 회장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
조희경 이사장은 이날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중 한정후견개시심판청구를 서울가정법원에 접수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피후견인은 후견인으로부터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서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 이사장은 "그동안 조양래 회장님이 가지고 계셨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고, 이러한 결정들이 회장님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이 조 사장에게 지분을 넘기는 과정이 평소 조 회장의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가 골자다.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조 회장의 지분(23.59%)을 전량 인수했다. 주식매수 대금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조 사장의 지분은 당초 19.31%로 형인 조 부회장(19.32%)과 거의 같았지만 조 회장 지분을 인수하면서 42.9%로 늘어나 그룹 최대 주주가 됐다.
조 이사장은 "대기업의 승계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할 것이며,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 사장의 지분 인수 과정을 석연치 않게 봤다.
그러면서 "사건본인의 노년의 명예를 지키고, 잘못된 판단으로 사건본인이 수십 년간 이끌고 성장해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도 위기가 올 수 있고, 사건본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은 기업의 가치와 존속과 기업에 근무하는 수 만명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사건본인에 대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재계 "조양래 회장 건강하다...자매 연대해 조현식 부회장 도와줄 수도"
조희경 이사장이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시각과 함께 조현식 부회장이 조 이사장과 차녀 조희원 씨와 손잡고, 조현범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지 않겠느냐는 해석을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본사가 서울 역삼동에서 판교로 이전하고도 조 회장이 정상 출근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당황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이사장의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 불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희원 씨는 지난달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조현식 부회장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점치자, "본인은 어느 한쪽 편이 아닌 중립"이라는 입장을 그룹에 전달했다.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사이에서 기울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조 사장에 대한 조 회장의 지지를 따르겠다거나, 따르지 않겠다는 상반된 두 가지 해석을 내놓을 수도 있다.
때문에 조 이사장이 조희원 씨 등과 지분을 매입해 조 부회장을 도와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다. 다만, 조 부회장으로선 두 누나들의 지분과 국민연금 등 지분을 전량 인수하더라도 조 사장 지분에는 못 미친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 일가 지분은 조현범 사장 42.9% 조현식 부회장 19.31% 조 이사장 0.83%, 조희원 씨 10.82% 등을 포함해 총 73.92%다. 국민연금 7.74%와 소액주주 등이 약 25% 갖고 있다.
조 부회장 측은 대리인을 통한 입장문에서 "(오늘 있었던)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신청 문제에 대해서 조 부회장은 가족의 일원이자 그룹의 주요주주로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의 "형제간 경영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희경 이사장이 한정후견한 배경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면서도 "조양래 회장의 건강은 이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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