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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김영춘, '언택트 국회' 시동…"온라인 상임위·본회의 도입할 것"

기사등록 : 2020-08-0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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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취임식' 화제…"방역 느슨한 국회에 경종 울린 것"
취임 후 코로나 방역수칙부터 점검…상황·단계별 액션플랜 마련
"원격의회 전환 불가피…정기국회 전 국회법 개정안 발의돼야"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회가 '원격 의회'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김영춘 국회 신임 사무총장이 취임 직후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의회' 전환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 

김 사무총장은 최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원격 영상회의를 허용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 필요성을 여야 지도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여야 동의를 얻어 정기국회 시작 전 개정안이 발의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첫 국회 사무총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우리 사회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각종 입법이 국회 몫이라면, 입법부를 방역 전선에서 지켜내는 건 사무처의 몫. 국회가 행여 코로나 전선에서 밀린다면 사상 초유의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다. 국회는 이미 올해 초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을 한 차례 경험했다. 국회 방역은 김 사무총장의 '0순위' 과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7.29 kilroy023@newspim.com

그러나 정작 국회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회는 우리나라 국가기관 가운데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기관이자 위험한 지역이다. 전국 팔도를 오가는 국회의원 300명 중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슈퍼 전파자를 넘어 '울트라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겠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다소 경각심이 부족하고 느슨한 인식을 가진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사무총장은 '깐깐'했다. 국회 사상 첫 온라인 취임식을 열었다. 당초 오프라인으로 예정된 취임식을 이틀 앞두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코로나 국면에서 수백명이 밀집하는 취임식을 연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온라인 취임식은 국회가 너무 경각심이 없다는 데 경종을 울린 시작점이었다"며 "행사 전 취임식 준비 보고를 받았는데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수백명이 모인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온라인 취임식을 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해 이틀 전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7.29 kilroy023@newspim.com

그는 "취임 후 방역수칙을 살펴보니 중앙방역본부 지침은 잘 따라가고 있었으나 정작 국회 차원에서 준비한 코로나19 상황별 시나리오와 액션플랜은 거의 전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방역본부가 일일이 지시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한 단계별 대응책이 필요하지 않나. 단계별, 상황별 액션플랜을 모두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사무처는 11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코로나19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짰다. 비상 상황에도 입법부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다. 국회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4시간 감시 및 관리 체계를 유지한다. 국회상황안전실로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10분 이내 국회의장까지 상황 보고가 이뤄지고, 1시간 이내 감염 의심환자·확진자 접촉자·확진자의 인적사항과 이동경로, 접촉자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도록 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코로나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이다. 

김 사무총장은 "현행법 상 원격회의와 전자투표는 할 수 없다. 국회법상 회의는 국회 안에서만 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감염병으로 국회를 소집할 수 없는 상황은 미처 상상조차 해본적 없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때 국회가 부산으로 피난갔을 당시에도 피난지 임시의사당에서 국회를 소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상회의는 국회법상 불가능하니 개정이 필요하다. 코로나 국면에선 국회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며 "상임위든 본회의든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그와 접촉한 사람들도 모두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당일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후 오 의원과 접촉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외부활동 자제령이 떨어졌다. 당초 이날 오후 7시경으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오 의원 검사결과 확인으로 인해 오후 10시로 밀렸다. 오 의원이 음성 판정을 받은 후 김 사무총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 또는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재적의원 과반이 회의장 출석을 하지 못할 경우 의사절차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만약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3차 추경안 통과는 예정보다 2주 이상 지연됐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화상회의, 원격회의가 국회법상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7.29 kilroy023@newspim.com

김 사무총장은 "각국 의회별 코로나 대응 방침을 보고 받았더니 우리보다 훨씬 앞선 곳이 많다. 대한민국 국회가 가장 뒤쳐져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의회는 지난 4월 원격 법안표결 시스템을 도입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압도적 찬성을 얻은 법안에 대해선 원격 표결 결과를 인정한다. 미국 하원에선 대리 투표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의회 참석이나 직접 투표가 어려운 의원의 경우 대리 투표자를 통해 표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김 사무총장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각국 의회들도 코로나 사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 국회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무처는 국회법을 개정해 원격영상회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원격영상회의시스템을 구축해 화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를 개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에 '제170조(원격영상회의)' 조항을 신설해 제1급감염병 발병 상황으로 의결정족수 이상의 의원이 회의장에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일부 의원을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본회의에 출석하도록 하는 안이다. 영상회의로 출석한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인정되며, 표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여야는 일단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무총장은 "법률안의 개정 필요성을 여야 지도부에 설명하고 있다"며 "여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야당은 긍정적인 답을 주진 않았으나 같이 고민해보자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머지않아 온라인 상임위원회와 본회의가 열리는 언택트 국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김 사무총장은 "양당 지도부에 요청해 여야 의원들이 공동발의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을 해야하지 않겠냐"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이미 늦다. 그 전에 안을 만들어 여야 의원들이 발의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짜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전환하려고 하나 여야 동의와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양당 지도부와 계속 대화해 동의를 얻으면 추진하려 한다"고 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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