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윤영 기자 = 데이터3법이 지난 5일 시행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의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전자금융법 개정안이 대형 ICT기업에 금융권 빗장을 풀어주면서 양사는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새롭게 부각되는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 "카카오·네이버, 質 좋은 데이터로 경쟁 우위 선점"
지난달 5일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통칭하는 데이터 3법이 시행됐다. 이번 개정안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기업은 이름, 주민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한 후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해 수익모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게됐다.
업계에서는 데이터3법의 시행으로 가장 빠른 시일 내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카카오와 네이버를 지목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는 특성상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록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더 큰 가치가 생기게 된다는 면에서 무한 성장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무궁무진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마케팅 수단을 찾을 수도 있다. 질 좋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것"이라고 점쳤다.
◆ 네이버, 계좌+대출+보험업 진출..."SME·네이버 동반성장 지향"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데이터3법을 앞두고 다양한 수익 모델을 구상해왔다. 우선 네이버의 금융사업 핵심 축은 '계좌', '대출', '보험' 등 세 가지로 축약된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통장'이라 불리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만든데 이어 최근 대안신용평가(ACSS)를 이용, 소상공인(SME) 대출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ACSS는 기존 신용평가회사가 보유한 금융데이터에 네이버가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 스마트스토어 데이터를 더해 만든 평가시스템이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은 보험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자동차 보험료를 비교하는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으로 NF보험서비스를 신규 설립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은 금리 한도 측면에서 금융 서비스 이용에 제약이 많았던 SME들에게 경쟁력 있는 조건의 대출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자금은 스마트스토어 SME들의 성장, 더 나아가 네이버쇼핑과 네이버페이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는 다시 한 번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쟁력이 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금융권이 지원하지 못했던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에 집중해 이들이 네이버 커머스 안에서 잘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빠른 데이터 분석, 자금융통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 카카오는 생활 속 투자 공략..."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
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은 알 모으기, 동전 모으기 등 결제와 투자를 연결한 새로운 방식의 금융 서비스를 출시, 생활 속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증권 계좌 개설자는 총 170만명, 펀드 투자는 지난달 기준 월 300만건 이상 발생했다. 또한,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알 모으기'는 불과 일주일만에 10만명이 신청했다.
알 모으기는 신청 시 첫 결제 후 투자 지원금 2000원이 지정한 펀드 상품에 투자되는 서비스다. 동전 모으기는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인에서 결제를 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하여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 서비스다.
카카오페이 측은 "결제→리워드→투자를 연결해 생활 속에서 투자를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색다른 금융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증권 계좌에 대한 기본 혜택 뿐 아니라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서 사용자의 금융 경험을 넓혀줄 수 있는 카카오페이만의 가치를 선사하며 새로운 투자 문화를 더욱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1200만명, 2000만 명의 이용자를 자사 지급결제(페이먼트) 서비스를 통해 확보, 이를 기반으로 사용도가 높은 이커머스, 플랫폼, SNS 등과 연결하는 록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3법이 실행되면서 ICT기업이 금융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데이터는 이들 기업에게 사업 확장면에서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만큼 국내에서 많은 데이터를 사업자도 없기 때문에 초반에는 데이터 경쟁에서 앞설 수 밖에 없지만, 일각에서는 불공정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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