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을 빼들었다. 친환경 분야에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일으키려는 의도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에 그치지 않고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 경영 등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60% 이어 올 상반기에 10% 이상 발행 증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 8월 3일(미국 현지시간) 57억5000만달러(약 7조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5년 만기물의 발행금리는 0.45%로 회사채 5년물로서는 최저 수준이다. 알파벳은 이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 지원, 저가 주택 공급 등을 추진하는 각종 사회단체 지원,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그린빌딩 등에 쓸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ESG채권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중요도가 커지면서 발행량이 증가한 것. 지난해 전 세계 ESG채권 발행액은 2700억달러(약 322조원)로 60%나 성장했다.
[자료=NH투자증권] 2020.08.14 bjgchina@newspim.com |
ESG채권은 ▲친환경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그린본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본드 ▲혼합형인 지속가능채권으로 구분된다. 그린본드가 ESG채권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유럽투자은행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ESG채권을 발행한 것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유럽이 글로벌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후 미국, 일본, 한국 등도 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직접 ESG채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한국계 외화채권(KP물)뿐 아니라 원화표시채권에서도 ESG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상반기 우리나라의 ESG채권 발행액은 80억달러로 전 세계 6위 규모다.
ESG채권 발행이 급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 비정형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1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금융 위기를 '그린스완'이라는 용어로 규정했고, 미국·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그린 뉴딜을 발표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ESG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UBS는 "코로나로 인해 ESG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기업의 투명 경영과 주주 책임이 확대되면서 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ESG채권, 꿩 먹고 알 먹고...이미지 제고
ESG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사회 공헌, 지배구조 개선 등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발행 전부터 적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인증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엔 회계법인을 비롯한 인증기관들이 함께 참여한다. 발행 후에도 매년 사용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만큼 업무 부담도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수요 확보를 통해 발행기업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일정 비중 이상을 ESG채권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전문투자기관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의 투자 수요가 늘면서 발행금리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노르웨이국부펀드와 일본연기금 등은 "앞으로 ESG가 아닌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공정 이미지 제고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ESG채권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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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투자상품 계속 증가...펀드 50개
다만 현재 ESG채권은 일반채권에 비해 뚜렷한 수익률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로 우량기업들이 ESG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발행금리가 낮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떨어진다.
하지만 금융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수익률이 개선되고 관련 투자상품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달러 이상의 대형 ESG채권 ETF가 지난해 2개에서 올해 5개로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ESG펀드 수도 2017년 37개에서 지난해 50개까지 확대됐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SG채권의 장점으로 낮은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나 기업 지배구조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커버할 수 있는 게 ESG채권"이라며 "앞으로 시장이 확대되면 가격변동성이 더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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