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사건팀 = "왜 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지?"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내과의원을 찾은 A씨가 어리둥절해하며 한 말이다. 평소 환자로 꽉 찼던 병원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대신 '16일까지 여름휴가'라는 안내문만 병원 문에 붙어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을 한참 보던 A씨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이날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없었지만 일부 환자들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 병원을 방문했다가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상가 내 병원 6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상가 안에 있는 안과 앞에서 만난 B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눈 알레르기 치료를 받으려고 안과에 왔다는 B씨는 "집단 휴진에 참여하는 수가 적다고 들었는데 허탕 쳤다"며 "다른 안과도 닫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큰 병원을 가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의료계가 집단 휴진에 돌입한 14일 오전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인천=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08.14 kmkim@newspim.com |
다만 일부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면서도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전에는 정상 진료하고 오후에는 문을 닫는 부분 휴진을 하는 동네 병원도 눈에 띄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인근 한 동네 병원은 오전에만 환자를 받기로 했다. 다행히 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몰리지는 않으면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은 없었다.
병원 측은 "파업 때문에 오전 진료만 한다"며 "아침부터 문의전화가 있어서 오전에 오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을 닫는 병원은 자동응답기로 "14일부터 휴가 중"이라며 "양해를 부탁한다"고 안내했다. 자녀와 함께 안과를 찾은 C씨는 "파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몰라 전화하는 것 외는 불편함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환자들이 많이 찾는 종합병원에서도 의료대란은 없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업무를 중단하는 등 집단 휴진에 동참했지만 전문의 교수들이 빈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집단 휴진을 체감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외래를 찾은 김모(58) 씨는 "파업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외래를 봐주는 선생님은 근무를 하고 있어 이전에 왔을 때와 불편하거나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의사 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시내 의원 밀집 상가 모습 [사진=이한결 사진기자] |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이날 휴가를 내고 집단 휴진에 동참한 전공의들의 피켓 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오전 9시 강북삼성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병원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가슴에 '전공의입니다'라는 명찰이 붙은 의사 가운을 입은 전공의 약 30명은 1~2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서서 시위에 나섰다.
피켓에는 '무한경쟁 조장말고 환자위한 환경달라', '의사정원 고려없는 유령의대 양산말라', '결정하고 이제와서 의사정원 전면재논의' 등이 적혀 있었다.
전공의들은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나왔다"며 "전문의들은 정상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는 원래부터 교수가 하고 있어서 문제가 없다"며 "거의 대부분 서울시내 병원급 의원이 전공의 빈자리를 전임의와 전문의가 메우고 있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등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계획 등에 반발하며 이날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개소 중 8356개소가 휴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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