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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9만명 동의 'n번방' 국민청원…신상공개 이끌어내

기사등록 : 2020-08-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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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청와대 국민청원 3년...n번방 '청원 러시'
가해자 신상공개 청원에 271만명 동참…역대 최다
조주빈 등 가해자 6명 신상공개...수사기관은 특별수사 나서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 3월 미성년자 등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n번장 가해자의 신상공개 및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시민들의 분노는 또 다른 관련 청원들로 이어졌고, 역대 최다인 1289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결국 n번방 관련 청원은 신상공개 여론에 불을 지피면서 '박사방' 조주빈을 시작으로 가해자들의 신상이 잇따라 공개됐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철저한 수사에 나섰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17일까지 진행된 'n번방 사건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요구' 청원에는 총 271만5626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탄생한 후 3년 동안 단일 청원으로는 최다 수치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단일 청원으로는 역대 최다 참여자를 이끌어낸 'n번방' 가해자 신상 공개 청원. 2020.08.14 hakjun@newspim.com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며 "인권이라는 단어는 사치"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청원 공개 5일 만에 동의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무감각한 사회 인식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디지털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히 제거하겠다"고 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즉시 설치하겠다"고 응답했다.

n번방 관련자에 대한 신상공개 요구 청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신상공개' 청원에는 202만6252명이 참여했고, '박사방 회원 중 여아 살해 모의 공익 신상공개' 청원에는 51만9948명이 동의했다.

n번방 운영자뿐만 대화 참여자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에도 45만7487명이 동참했다. n번방 신상공개 청원에만 519만9365명이 지지를 보낸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한 강력 처벌 촉구도 잇따랐다. 'n번방 박사·회원 처벌 요구' 청원에는 65만579명이, '텔레그램 사건 수사' 청원에는 34만8634명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특별조사팀 80% 이상 여성 배치' 청원에는 28만6101명이, 'n번방 사건 국제 공조 수사' 청원에는 21만9705명이 각각 동의했다.

그밖에 n번방 사건을 담당했던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교체해 달라는 청원에도 46만6900명이 동의했다. 앞서 오 판사는 고(故) 구하라 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최종범 씨 사건을 심리하면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씨. 2020.03.25 leehs@newspim.com

결국 시민 1289만597명이 n번방 사태에 분노를 나타내면서 조주빈을 포토라인에 세웠다. 조주빈은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조주빈 공범 '부따' 강훈 신상도 밝혀졌다. 처음으로 미성년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이다. 이로부터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현역 군인이자 박사방 공범 '이기야' 이원호 신상도 전격 공개됐다.

n번방 최초 개설자인 '갓갓' 문형욱, 그와 함께 피해자들을 협박한 안승진, 박사방 유로회원 남경읍 신상도 세상에 알려졌다. 모두 피의자 인권보다 피해자에게 가해진 피해 정도, 사안의 중대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편성, 조주빈 등에 대한 엄정하고 집중적인 수사에 나섰다. 법무부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오 판사는 스스로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면서 서울중앙지법은 n번방 관련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했다.

n번방 사태와 관련한 신상공개, 철저한 수사, 강력 처벌 등은 3권 분립에 따라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1289만명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의견을 피력하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hak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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