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달러화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일부 신흥국 통화가 여전히 공격적인 '팔자'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 브라질 헤알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극심한 지역의 통화가 타깃.
통화 가치 급락은 중앙은행의 금융시장 통제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인플레이션 상승을 포함해 해당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우려된다.
브라질 헤알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헤알화와 남아공 랜드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각각27%와 20%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터키 리라화도 달러화 대비 20% 급락했고, 러시아 루블화와 멕시코 페소화가 각각 15% 가량 후퇴했다. 이 밖에 인도 루피화가 5%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헤알화와 랜드화의 경우 연초 이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기준으로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할 전망이다.
달러 인덱스가 지난 7월 4% 떨어지며 10년래 최대 낙폭을 기록한 데 이어 약세 흐름을 지속, 2년래 최저치로 밀리면서 유로화와 주요 신흥국 통화가 상승 탄력을 받고 있지만 이들 통화는 예외다.
시장 전문가들은 팬데믹 사태가 일부 신흥국 통화의 가파른 하락과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바이러스 확산이 특히 두드러지면서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의 취약한 재정 상태와 열악한 공중 보건 실태 등 기존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 따르면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 남아공은 미국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상위 5개국에 랭크됐다. 특히 브라질은 사망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3월과 4월 사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자금을 이들 지역에서 빼냈다.
바이러스 전파가 통제되지 않는 신흥국의 실물경기가 앞으로 상당 기간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은 결과다.
해당 지역의 자산 매도가 쏟아지면서 통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통화 하락이 경제 펀더멘털에 보다 심각한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과 통화 방어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된다.
아울러 통화 가치 하락이 공공 부채 부담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특히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부채 규모가 높은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 커다란 타격이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통화 방어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더욱 확대, 자산시장에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구촌 경제의 강한 회복과 함께 원유부터 구리까지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때까지 신흥국 통화의 상승 반전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TD증권의 마크 맥코믹 글로벌 외환 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신흥국에 필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실질적인 회복 신호"라며 "원자재 수요의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과 함께 성장 복귀가 확인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의 통화 가치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6월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경제가 2.5%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은 6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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