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전국 대학 내 학생식당·매점·카페 등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캠퍼스에 학생들이 사라지자 매출이 평균 80% 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교내 복지 증진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값싼 가격에 식사 등을 제공하다 예상치 못한 재난이 덮치면서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학생식당 등을 운영하는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은 일부 매장 문을 닫은 채 적자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대학 본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학교 당국이 직접 식당·매점 등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학생협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매출 최대 90% 급감...매장 줄줄이 휴업
19일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연합회)에 따르면 대학 캠퍼스 내 식당·매점·카페 등을 운영하는 숭실대 생협은 2020학년도 1학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80%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학기가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식당 등을 이용하는 학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개강이 연기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내 보행로가 3일 오후 휑하게 비어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교육부는 지난달 각 대학에 개강시점을 4주 이내로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연세대, 고려대 등은 개강을 2주 연기하고 2주는 동영상 강의를 계획해 오는 30일부터 강의실에서 대면 강의를 진행한다. 2020.03.03 alwaysame@newspim.com |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생협은 매출이 약 84% 줄었다. 국민대 생협은 80%, 동국대 생협은 78%, 경희대 생협은 74% 떨어졌다. 인하대 생협은 매출 90%가 사라졌고, 상지대 생협은 70%, 동아대 생협은 87%, 제주대 생협은 81%가 각각 빠졌다.
대학생협은 일부 매장을 휴업하거나 축소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숭실대는 식당 2곳, 매점 5곳, 카페 3곳 운영을 중단했다. 경희대는 매점 6곳과 식당 1곳을 비롯해 기념품·문구점·카페 등 총 11곳이 문을 닫은 상태다.
국민대는 식당 1곳을 제외한 4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점심식사만 판매한다. 동국대 생협은 전기·수도세와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 직원 30명은 지난 7월부터 유급휴가를 떠난 상태다.
이화여대도 매점·기념품점 등이 휴업 상태며, 직원 약 30%는 무급휴직을 냈다. 한국외대 생협은 직원 급여 30%를 줄였고, 임시직 13명에 대한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 대학본부 재정 지원 여의치 않아
대학생협이 파산할 위기에 놓이자 대학본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내 식당·매점·카페 운영은 교내 복지에 해당되기 때문에 학교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0.08.10 wideopenpen@gmail.com |
다만 대학과 대학생협은 서로 독립된 법인인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지원은 사실상 요원한 상태다. 실제 다수 대학들은 대학생협에 지원을 하지 않고 있고, 지원을 하더라도 전기세 감면이나 공과금 지원 등에 제한돼 있다.
특히 학교가 지원에 나설 경우 캠퍼스 내 입점한 일반 식당과 프랜차이즈 편의점·카페와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학 매장 매출은 모두 똑같이 떨어졌는데, 대학생협만 지원할 경우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 요구가 지속되면서 학교는 재정적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일부 대학들이 1학기 등록금을 일부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재원 마련을 위해 장학금 축소·폐지 방안을 검토하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 '학생식당 직영화'가 답?..."대학생협 가치 지키는 방법 찾아야"
일각에서는 학교가 직접 학생식당 등을 운영하는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서울대 생협이 파산 직전에 몰리자 서울대 학생단체 등은 학교가 직접 학생식당을 운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서울대 생협을 해체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그러나 대학생협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협이 사라지게 되면 학내 복지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외부 업체가 학생식당을 운영하게 될 경우 '식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학교 통제권을 벗어난 외부 업체가 학생들 의견을 묵살할 가능성도 있다.
대학생협은 학생식당을 비롯해 학내 카페, 편의점, 자판기, 서점 등 시설 이용에 불편함을 느낀 학생·교직원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학내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불편함을 최소화해 학내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1998년 서강대에서 시작된 후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대학생협은 식사 및 음료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수익을 장학금 형태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대학생협 식당도 더 전문화되고 있는 추세다.
연합회 관계자는 "내 생활을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함께 논의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사업집단으로서 대학생협의 장점이 있다"며 "학교에서 민주적 구성원들과 소통해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생협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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