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정부가 전월세전환율 인하를 추진하면서 업계에선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갈등을 조정할 수 있지만, 그 기능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의 모습. 2020.08.19 yooksa@newspim.com |
◆ 전월세전환율 내렸지만...현장에선 "시행착오" 우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월세전환율을 현행 4%에서 2.5%로 내리기로 했지만, 현장에 정착되기 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다, 각 지역별로 전월세전환율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동 인근은 대부분 전월세전환율이 3%로 하고 있지만, 일부는 5%까지도 오르는 곳이 있다"며 "전월세전환율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그 기준을 낮추더라도 지켜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6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로 현행 기준인 4%를 웃돌고 있다. 서울은 5%로 전국 평균보다 소폭 낮은 것으로 집계된 반면. 경북(8.6%), 충북(8.4%), 전북(8.2%) 등 지방 지역은 높은 수준의 전월세전환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빠른 속도로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면서 집주인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초 시중은행 금리보다 다소 높은 월세 수익을 기대했지만 이번 전월세전환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마포구 아현동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갑자기 전세대출 금리 수준으로 전월세전환율을 낮추면 어느 집주인들이 선뜻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차라리 전세로 돌리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월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월세전환율을 따르지 않은 월세 계약은 무효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세입자가 전월세전환율에 따른 월세보다 많은 금액을 집주인에게 지급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나 소송을 통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 분쟁조정위 전국 12곳으로 확대...집주인·세입자 갈등 해결 '한계'
전월세전환율 인하와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 등으로 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기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5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출범 이후 지난 6월까지 약 3년간 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6502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분쟁조정 신청 건 중 실제로 조정이 성립된 것은 단 1522건(23.4%)에 그쳤다. 반면 조정 개시 전후로 각하되거나 취하된 것은 4713건으로 전체의 72.5%를 차지했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는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주택 임대차 관련 법률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사를 거쳐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당사자들이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된다. 그러나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금전, 그밖에 대체물의 지급 또는 부동산의 인도에 관한 강제집행 승낙이 없으면 집행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조정위원회에선 집주인과 세입자간 상호 협조에 의해 분쟁이 조정되는 형태로 가는 것"이라며 "양측의 수용 없인 조정이 이뤄지기 어렵고, 집행력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 규제로 인한 다양한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 만큼 조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입자는 집주인에 대한 소송이 가능하지만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인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소송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을 고려하면 세입자 입장에선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과태료 부과 등 전월세전환율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전국 6곳에 설치된 조정위원회를 내년말까지 18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지역별 분쟁조정 수요와 운영현황을 고려해 조정위원회 설치 지역과 관할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