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21일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자급제 단말기에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자급제는 이동통신사란 중간다리 없이 온라인몰이나 제조사 매장을 방문해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직접 개통할 수 있는 단말기입니다. 이런 자급제 5G폰에 LTE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3사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불만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유통점, 소비자의 입장 모두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불만의 목소리는 뭘까요.
[서울=뉴스핌] 나은경 김지나 기자 =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중 자급제 판매량은 10%도 안 될텐데 자급제 스마트폰에서만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게 하는 건 '반쪽짜리 정책'이죠. 포문을 열었다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앞으로 적용 단말기를 이통사향 모델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통신전문가로 꼽히는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자급제향 5G 전용단말기에서도 LTE 신규가입이 가능해진 가운데, 소비자 단체는 전체 판매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이동통신사향 5G 단말기에서도 LTE 요금제 신규가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G 망 품질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 더 많은 이용자들이 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발간한 '5G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10월 기준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건물 안에서 5G를 이용하기 어렵고 특정 시·도에서는 거의 5G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리지가 협소하다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5G 이용자들의 망 품질 불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올 상반기 5G서비스 이용자 품질불만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16배 이상 증가하자 지난 19일 '통신분쟁조정팀'까지 만들어 이용자 피해구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통신분쟁조정팀 관계자는 "상반기 접수된 82건의 5G 품질관련 분쟁접수 건수 중에는 '5G를 쓰고 있는데 통화 품질이 안 좋으니 요금 차액을 깎거나 해지할 수 있게 해달라', 'LTE 요금제로 바꿀 수 있게 해 달라'는 등의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이 끊이지 않는 데는, 5G 품질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무리하게 상용화를 추진한 정부와, 비교적 요금제가 높은 5G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LTE 신규단말기 출시를 억제한 이통사의 잘못이 맞물려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 '갤럭시노트10'의 롱텀에볼루션(LTE)모델과 5G 모델을 동시에 출시했지만 국내에서 이 모델은 5G 전용단말기로만 출시됐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LG 벨벳'을 글로벌 시장에서와 달리 국내에서 5G 전용단말기로만 출시했다.
우리나라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이용자가 두 회사의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면 사실상 5G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이통사가 5G 전용폰만 사겠다고 이야기하니 제조사는 LTE모델과 5G모델을 국내에서 모두 출시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앞선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6%는 5G 서비스 가입이유를 '5G 단말기의 공시지원금을 더 많이 주고 싸다고 해서', '5G 단말기를 써 보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5G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보다 이런 제한적인 환경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5G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매하면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중 자급제 스마트폰 판매비중이 미미해, 국회와 시민단체에서는 이통사향 모델까지 해당 혜택을 확대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이통사 입장을 반영하다보니 이번 정책에서 LTE요금제로 가입이 가능한 5G 스마트폰을 자급제 폰으로만 제한시키게 된 것"이라며 "전체 자급제 스마트폰 비중이 늘고 있고 10%대까지 올랐다고 하지만, 5G 스마트폰 중 자급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낮기 때문에 혜택을 볼 수 있는 소비자가 굉장히 제한된다"고 말했다.
자급제로 구매하면 이통사의 공시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선택약정 요금할인 25%만 받을 수 있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혜택의 폭도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5G 자급단말기로 LTE 서비스 신규가입을 가능하도록 이통3사의 약관 변경을 논의한 통신서비스 제도개선자문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참여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통사향 5G 단말기에 대해서도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확대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위원회에서는 이통사향 단말기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LTE 스마트폰으로도 3G 요금제를 가입하는 경우가 없듯 어떤 단말기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는 기업의 자율영역"이라고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구차한 변명"이라고 일축한다.
문 간사는 "정부가 계속 지금의 상황을 LTE 때와 비교해서 이야기하는데 이는 구차한 변명이다. LTE 상용화 때는 지금같은 문제가 없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1년 이내 전국 상용화가 거의 완료됐고, 상용화 초반에 잠깐 연결 후 3G로 전환되더라도 LTE와 3G간 속도 차이가 150배여서 체감 만족도도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꾸준히 이뤄질 전망이다.
안 위원은 "이번 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이통사향 5G 단말에도 LTE 요금제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야하고 국회에서도 과방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고,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도 "이통사향 모델로 확대하는 안은 좀 더 알아볼 문제"라면서도 "자급제 단말기와 이통사향 단말기에 대한 제도 사이 격차가 커 소비자의 요금제 선택권을 침해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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