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주 목요일인 20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19일 발생한 서울시청 확진자와 같은 층(2층)에 기자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접촉은 없었고 동선도 겹치지 않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선제적 조치 차원에서 기자 100여명을 포함한 330명 가량이 검사를 받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코로나 확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음성'입니다. 딱히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간접 접촉도 없었지만 검사 결과까지 기다리는 24시간은 제법 긴장됐습니다. 하루 300명 이상이(전국기준) 감염되는 상황에서 무증상 확진자도 심상치 않으니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그저 평소처럼 일했을 뿐인데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는 사실은 지금도 서늘합니다. 아무리 조심하고 주의하면서 최소한의 일상만 유지하려 해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인해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 곳곳에서 만난 '노마스크', 느슨해진 거리두기
점심시간을 이용해 보건소를 방문했습니다. 선제 검사 대상자이기에 꼭 자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을 듣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다만 선제 검사 대상자라도 대중교통 이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지가 급증하는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성북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8.23 leehs@newspim.com |
집에서 보건소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거리. 접수를 하고 문진표를 작성한 후 검사까지 걸린 시간은 30여분 정도. 공교롭게도 가는 길은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오는 사람들과, 오는 길은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는 사람들과 만나는 동선이 만들어졌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서 만난 '노마스크족'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체감상 최소 10% 이상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이른바 '턱스크'를 한 사람까지 더하면 5명중 1명은 정확한 착용 수칙을 지키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부 흡연자들의 민폐도 심각했습니다. 아직 금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도로변이나 골목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간격이 너무 좁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감염 위험이 높아 보였습니다. 마스크를 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심지어 선별 진료가 이뤄지는 보건소 내에서도 마스크를 하지 않고 이동하는 사람을 3명이나 만났습니다. 확진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동하는 공간에서조차 마스크를 하지 않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정착 노마스크족은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태연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장면입니다.
◆ "나의 이기주의로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
마스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불편해서'라고 합니다. 특히 이날은 점심시간에 이미 32도를 기록할 정도로 날씨가 더웠습니다. 그냥 서 있어도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속에서 마스크까지 하려니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 고통을 감수합니다. 불편해서 귀찮아서 마스크를 하지 않는 것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범죄 수준의 추태입니다. 2차 대유행의 원인이 특정 집단의 이기주의라는 점을 떠올리면 그 심각성은 말 그대로 '테러'입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죽습니다.
1.78%라는 치명률에 감춰져 있을뿐, 전국적으로 코로나로 삶을 마감한 사람은 300명이 넘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나의 생명 뿐 아니라 내 주변, 또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행동입니다. 이건 감정적 해석이 아니라 확진 1만7399명, 치료중 2890명, 사망 309명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는 명백한 '팩트'입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8.23 photo@newspim.com |
2차 대유행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등을 비롯한 특정 단체(개인)들로 인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그들이 만든 불씨를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키우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 법적 제재가 명확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금 이상의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셧다운에 버금가는 3단계 거리두기도 검토중입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중단돼 수많은 고통이 불가피하지만 역시 여론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희생이 따르기 전에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코로나는 심각합니다. 마스크를 하지 않는 건 그 희생을 키우는 일입니다.
코로나는 감염병입니다. 나의 부주의로 누군가는 생명을 잃을수 있습니다. 이미 그런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마스크는 배려가 아니라 '의무'하는 걸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