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0-08-25 14:23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임기만료 보름을 앞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이 유력해졌다. 여권에서 뚜렷한 후임을 찾지 못해, 이 회장에 대한 재신임으로 사실상 결정해서다. 금융당국과 산은이 이 회장 거취 결단을 늦추면서, 코로나19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 대응이 늦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10일까지인데도, 아직 여권에서 인사 추천 풀이 구성되지 않았다. 인사 풀 가운데서 청와대가 고심해 낙점하면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면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조차 정하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당국이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2017년 9월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한국GM 등 구조조정을 원만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쌍용자동차 회생, 두산그룹 경영정상화 등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어 산은 내부적으로도 이 회장이 마무리까지 책임지길 바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일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아시아나항공 최종 인수의지 확인을 위해 이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면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코로나 이후 새로 추진하는 과제들의 업무 연속성도 필요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평시 상황이라면 모를까, 코로나 사태에서 기업 지원 및 회생 일선에 서야 하는 산은 회장 임명을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변수는 최근 25년간 산은 회장 연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산은 회장 연임은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으나, 1995년 이후로는 25년째 단임제를 유지해 왔다. 최근 관례를 깨는 부분이 부담일 수는 있으나, 전혀 없었던 일도 아닌 만큼 크게 지장을 줄 이슈는 아니다.
결국 연임은 이 회장 본인의 의사에 달린 문제다. 이 회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군대를 한 번 가지, 두 번 가느냐"며 유임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는 "이제 쉬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도 있다. 지난 6월에는 공개 브리핑에서 "9월 임기까지 미련없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그 후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이 회장의 성격과, 긴박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이 회장도 연임을 수락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본인 의사도 중요하지만, 책임감이 매우 강한 분으로 알고 있다"며 "(산은 회장은) 단순히 개인 의사만 반영해 임명할 수는 없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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