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정부가 24일 협정 종료 1주년을 맞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당분간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8월 일본에 협정 종료를 통보한 뒤 11월 이 결정을 유예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 시기와 관계없이 지소미아는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국회) 외통위 업무보고 자료를 보시면 8쪽에 지소미아 종료통보 효력의 재가동 여부 신중 검토, 그리고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작년 11월 22일 종료 통보효력을 정지했다 이렇게 써져 있다"며 "그것이 정부 입장이고, 과거에 설명드린 입장 그대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0.08.25 kilroy023@newspim.com |
외교부는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본과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본 수출규제 철회를 적극 촉구하고 강제징용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11월 22일 정지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의 재가동 여부도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지소미아 유예 배경? 경제위기·미국 압박
정부가 지소미아를 잠정 유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심화와 한미일 3각 강조를 중시하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일 "한국과 일본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역량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 이익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매우 중요하며, 더 넓은 지역의 안정에도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행보에 나서지 말 것을 압박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은 국방과 안보 문제는 한일 관계의 다른 영역과 계속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우리는 공동의 이익을 인식하면서 한국, 일본과 양자·3자 안보 협력을 계속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또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 사안들에 지속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도 고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방역은 물론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의 목표는 3분기부터 성장의 반등을 이루는 것이지만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제 반등의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시행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이에 대한 비상한 경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이 반복·강화되고 이는 결국 3분기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일단 유예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한일 갈등은 당분간 소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 지소미아 효력정지를 둘러싼 한·일 시각차
지소미아의 효력정지를 위한 종료 절차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의 시각이 엇갈린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1월22일 언제든지 지소미아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했다"며 "한일 간 양해에 따라 언제든지 종료 통보의 효력을 되살려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측은 지난해 11월 한국 측이 언제든 종료 통보의 효력을 재가동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전제 하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양해한 바 있다"며 "이러한 양해 사항에 대해서는 한일 양측 모두 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지소미아 종료 통보 정지에 관한 구상서를 교환한 것을 거론하며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약법에 관한 빈 조약 제54조를 제시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려면 협정에 규정된 종료 절차에 따라 이달 24일까지 종료 통보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90일 전 종료를 통보하지 않았으니 협정이 자동 연장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 정부는 전날 지소미아의 종료 절차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지소미아의 필요성만 거듭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한일 간 안전보장 분야 협력과 연계를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며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계속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지소미아는 국가 간에 군사 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 2016년 11월 23일 지소미아를 처음 체결했으며, 양국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1년마다 자동 연장된다. 협정을 종료하려면 90일 전(8월 24일)까지 통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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