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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기아차 '산재사망 자녀 특채' 조항 효력 인정"

기사등록 : 2020-08-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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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직원 사망 후 유족 소송…1·2심 기각
대법, 파기환송…"기업 채용자유 제한하는 정도 아니다"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노동조합 조합원이 산업재해(산재)로 사망할 경우 자녀를 특별채용 하도록 규정한 단체협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현대·기아차 직원 고(故) 이모 씨의 유족 2명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1명 의견으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특히 이 사건 쟁점이 된 산재 사망 자녀 특채 조항이 합당한지 여부에 대해 "민법 제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인정된다"고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2020.08.27 [사진=대법원]

대법은 이같은 판단 근거에 대해 "이 사건의 산재 유족 특채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추가적인 보상을 정한 것으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들(현대·기아차)은 스스로 의사에 따라 이 조항에 합의했고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족을 채용해 왔고 이 조항은 결격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며 "피고들의 채용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유족이 공개경쟁 채용 절차에서 우선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절차에서 특별 채용된다"며 "사업 규모가 매우 크고 근로자 숫자도 많은 반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 숫자는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채가 피고인에 대한 구직 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2명의 대법관들은 "해당 조항은 구직자의 희망을 저버리고 구직희망자 지위를 거래로 삼은 것과 다름 없다"면서 이 조항이 위법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보상 조항은 산재 보상이나 근로자 보호 측면에서 봐도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며 "직계 존속 배우자 또는 자녀가 신체적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특채 혜택을 받기 어렵다. 또 산재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이 아니거나 자녀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늘어나는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업무능력이나 기업의 채용 필요성 등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설정해 일자리를 대물림함으로써 구직 희망자를 차별하는 합의"라며 "공정 채용에 대한 정의와 법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씨는 지난 1985년 기아자동차 입사 후 현대자동차로 근무지를 옮겨 일하던 중 유해물질인 벤젠 노출로 인한 백혈병으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1억8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씨 유족은 회사를 상대로 2억3600만원을 지급하고 자녀를 회사에 특별채용해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노조 단체협약에 '노조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사망할 경우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1명을 특별채용 한다'고 정한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1·2심은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채용 청구에 대해서는 특채 조항이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 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은 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지난 6월 17일 이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당시 공개변론에서 유족 측은 "산재 사망자 유족의 생계 보장을 위한 보호장치로 회사와 협의된 유효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양질의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고용세습 조항에 불과해 무효"라고 반박했다.

대법은 유족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하급심에 돌려 보냈다. 

한편 전합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주로 정치·사회적 파급력이 크거나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사건, 종전 대법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건 등을 회부해 심리한다.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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