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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문가 "김정은, '포스트 아베' 대일협상 재개 고심할 듯"

기사등록 : 2020-09-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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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신문 고미 요지 논설위원, RFA와 인터뷰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함에 따라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 한일관계는 물론 북일관계 전망은 어떨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통'인 일본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 언론인 도쿄신문 고미 요지(五味洋治) 논설위원은 3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포스트 아베 시대'를 이끌 유력 후보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리가 되면 이전과 다른 대북정책으로 북일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자민당 간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다음은 RFA와 고미 논설위원 간의 일문일답이다.

"아베 총리의 압박 정책이 대북협상 실패 원인"

-고미 요지 논설위원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책임론과 함께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는데요. 우선 아베 총리의 사임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이 궁금합니다.

고미: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겠다고 선언하니까 일본 국민들도 매우 놀랐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동안 (아베 총리의) 지병에 대한 것은 철저히 비밀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문만 있었고요. 아베 총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데요. '그동안 경제가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지병 때문에 갑작스럽게 사임하는 것은 정치가로서 무책임하지 않느냐'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일본도 강한 아베 총리의 리더십 때문에 분열돼 있고, 여전히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과 비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 시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강력한 대북정책을 펼쳐왔습니다. 나중에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했지만, 북일 관계는 전혀 진전되지 않았는데요. 아베 총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고미: "돌이켜보면 아베 총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납치자 문제였습니다. 2002년에 고이즈미 총리와 함께 북한에 가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납치자 5명을 귀국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베의 평가가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총리까지 됐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성공 경험이 북한과 협상에서 잘 안 되는 이유가 됐다고 봅니다. 아베 총리가 당시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한 자세로 나갔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북한이 양보했다는 거죠. '북한은 강하게 나가면 양보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대화와 압력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압력과 압박만 해왔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 내에서도 정상회담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당시 70% 정도가 '빨리 북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라는 여론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일본 사람들도 북일 정상회담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아베 총리도 어쩔 수 없이 북한에 조건없이 대화하겠다는 태도로 바뀌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북한도 아베 총리와 협상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별다른 성과 없이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과 협상했던 경험에 근거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왔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래서인지 김정은 위원장도 아베 총리와 대화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베 총리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는 어땠다고 분석하십니까?

고미: "김정은 위원장은 어머니가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일본에 관해 관심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요. 가능하면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하는 것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는 좀 힘들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2002년도가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 시기였고, 국내적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돌파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했거든요. 지금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고, '코로나19' 문제도 있고, 수해까지 겪은 상황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일본과 협상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곳의 일본 전문가나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해 보면 '혹시나 북한이 일본과 협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나옵니다."

◆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리 되면 북일 관계에 변화올 수도"

-아베 총리의 사임 이후에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남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만, 차기 총리 후보군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전망해볼 수 있을까요?

고미: "지금 상황에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인데, 아베 총리의 보조역할을 잘 했던 사람입니다. 지금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서 당분간 여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스가 관방장관이 1년 정도 한 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차기 총리가 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대립해왔기 때문에 대북정책에도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주장에 따르면 북일 관계 정상화 이전에 먼저 평양과 동경에 서로 사무실을 설치해 교류하고, 상호 간 신뢰를 쌓은 뒤에 정상화를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처음부터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시바 전 사무장은 좀 다릅니다. 스가 장관 후임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차기 총리가 되면 북일 관계에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 동안은 스가 장관이 담당한 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새로운 총리가 되면 북일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시는군요.

고미: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베 총리가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왔지만, 융통성이 없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이전에 성공했던 경험을 토대로 강하게 압박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북한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총리는 좀 자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북일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리가 되면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올 테고,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역구가 시마네현이라고 해서 북한과 가깝습니다. 북한과 수산물 등 수출업을 하는 사람도 있어서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 일본 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여론은 어떻습니까?

고미: "일본에서 북한 문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납치자 문제죠. 하지만 오랫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관심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핵이나 미사일 문제, 특히 미사일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일본 정부는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발달했기 때문에 지금은 헌법상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먼저 미사일 기지를 공격할 수 있도록 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북한의 동향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그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냐,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냐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고, 일본도 어떻게 나갈지가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고미 유지 논설위원은 누구?

고미 유지 논설위원은 연세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도쿄신문 서울지국에서 근무한 '한국통'이다. 1958년 7월 26일 나가노현 지노시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와세다 대학 제일문학부를 졸업했다. 1983년 쥬니치 신문사 도쿄 본사에 입사한 후 가와사키 지국, 문화부, 정치부를 거쳤다. 1997년 한국 연세대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지국에서 근무한 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총국에서 근무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풀브라이트 팔로워로서 미국의 조지타운대학에 재적하기도 했다. 현재 도쿄신문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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