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수년간 업황 불황에 이어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재택근무까지...울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최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재택근무 중인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불황 장기화와 더불어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기업 관계자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올초 불거진 코로나19 때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산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춘삼월 때만 해도 "여름되면 좀 잠잠해지겠지"했는데 지금은 찬바람 불면 잠잠해질 것이란 기대를 하기도 어렵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국내 뿌리 산업계는 "언젠가는 코로나19 이전처럼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란 '희망고문'만 가득하다.
재계 주요 기업 [사진=뉴스핌 DB] |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만 빼고 일제히 내수 판매가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비중은 전 세계 판매량의 약 20% 정도지만, 올해 상반기 수출과 해외 시장이 주저앉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자국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일 정도로 잘 버텨냈다.
8월 여름휴가철, 또 전통적인 자동차 비수기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코로나19의 파괴력은 새삼 놀랄 만하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향후 출시할 신차 생산에 대비해 공장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가 하면 내수 물량을 수출로 돌려 수출량을 조금이라도 늘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수요 위축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볼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내수 물량이 빠지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수십에서 수백대로라도 선적하려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자동차 산업이 잘 돼야 돼요. 그래야 부품, 철강, 타이어, 소재 등을 공급하죠. 차 안 팔리는 데 누가 기름 넣고, 또 정부는 세금을 어떻게 거둬들이나요?".
산업계가 자동차 업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전방 산업인 자동차가 휘청거리면, 후방 산업군이 위기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힘들수록 테슬라의 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는다.
철강사들도 죽을 맛이다. 원료인 철광석 값은 6년만에 최고가를 찍어 톤당 127달러까지 올랐다. 브라질 등 철광석 생산국이 코로나19 탓에 생산량을 줄인데다. '큰손'인 중국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철광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해 자동차 강판 공급량이 언제 회복될지 예측이 어렵다.
또 수익성을 위해 조선사들에게 후판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결국 톤당 3만원씩 낮춰야 했다. 철강사와 조선사가 만나면 서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철강사는 남는 게 없다고 사정하면 조선사는 우리가 더 힘들어서 후판 가격을 내려달라고 해왔다. 양쪽 다 힘드니 이 또한 마주 보고 울고 싶은 상황이다.
여기도 저기도 코로나19 탓이다. 운항이 끊긴 '하늘길'은 승객 대신 화물이 오가고 있다. 바다의 물동량이 줄어 컨테이너선 수주도 급감하고 있다. 그나마 조선사 중 한국조선해양은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LNG선 등 총 59척을 수주하며 한국 조선사의 위상을 지켜내고 있다. 그런데도 울고 싶을 게다. 올해 수주 목표인 157억불의 26%에 그쳤기 때문이다. 남은 4개월 동안 50%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오늘도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비롯한 방역수칙 준수 실행 등을 강화하며 코로나19 속 '사투 경영'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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